"직접 와서 해당 부서에 부탁하든지 팩스로 공문을 보내고 기다려라."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의뢰해 처리한 하수 슬러지(찌꺼지) 양을 알려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공사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하수 슬러지 처리 시설의 엉터리 공사가 여러 차례 지적됐던 터라 기본 정보를 취재하려 했는데 참 해괴한 답이 돌아온 것이다. 기자는 공사의 출입기자임을 밝히고 "공공 기관의 기초 정보를 얻는 과정이 왜 이리 까다롭냐"고 따졌지만 역시 같은 대답만 나왔다.
내막을 알고 보니 더 기가 찼다. 공사는 인천 서구 하수 슬러지 처리 시설 건설 과정에서 비리 정황이 적발돼 감사원으로부터 6월 23일부터 한 달여 동안 감사를 받았고 현재 감사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감추기로 나온 것이다.
사실 공사는 태어날 때부터 견제받지 않는 조직이었다. 원래는 조합이었으나 2000년 국회 의원입법에 의해 공사가 됐는데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시도가 공동주주다. 문제는 환경부의 경우 공사를 산하 공공 기관으로 보고 있지만 지자체는 산하 지방공사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확한 견제 주체가 없으니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도 대충 해 버린다. 공사는 최근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영구 매립지화를 추진하다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2008년에는 임ㆍ직원의 평일 단체 골프 사실을 몰래 묻으려다 들통이 나 망신을 샀다.
취재가 본격화하자 공사 대외협력처장은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담당자가 징계받는 민감한 사안이라서 그랬다"며 "자료는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는 무조건 피하려는 공사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여전히 꺼림직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김청환 정책사회부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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