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20년 만에 조심스럽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1979년 12월 침공 이후 10년 간 1만4,000명의 목숨을 잃은 러시아에게 아프간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런 아프간을 다시 주목하는 것은 중앙아시아 패권 회복뿐 아니라 투자처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외신들은 양국 간 미국을 견제하려는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져, 외교ㆍ경제협력이 한층 탄력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18일 휴양도시 소치에 아프간과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정상들을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4개국 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이 아프간과의 경제협력이란 점을 숨기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회담을 주최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마치 세일즈맨 같았다고 평가했다.
별도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러시아의 산불사태를 위로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방문을 초청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는 러시아가 원하는 선물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선사했다. 회담이 끝나자마자 러시아는 "아프간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러시아는 아프간과 수력발전소, 교량, 관개시설 등 10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진행 중이며, 헬기 20대 판매 건도 거의 성사단계다. 러시아는 최근 원유까지 발견된 아프간의 천연자원 채굴권 확보에도 뛰어들어, 최근 카불 구리광산에 30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중국, 미국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신은 지금 아프간에선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탈레반과의 전쟁과, 강대국의 자원쟁탈이란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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