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에 따른 국무위원 및 권력기관장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허술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과 기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 등 2명) 위장전입(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3명) 탈세 의혹(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 등 3명) 등 도덕성 문제가 우후죽순처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미국 국적 취득(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 2명) 문제와 학위논문 의혹(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2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검증을 맡는 청와대 민정라인 관계자는 17일 "보안을 유지한 채 단기간에 많은 후보자들을 검증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검증 실패를 자인했다. 실제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100여 가지의 항목을 체크하는 정밀검증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에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등 여권 실세들이 대거 낙점되는 바람에 검증 강도가 약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청와대 검증시스템은 2008년 조각 당시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 등 5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하면서 강화된 데 이어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동반 외유 사건 논란으로 재차 보완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두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예비검증이 추가됐고, 병역 논문 납세 등 '취약' 분야의 문제를 후보자 스스로 체크하도록 하는 사전질문서 작성(자기 검증) 절차도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에 이런 보완 작업이 미봉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천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인사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신설된 청와대 인사기획관 자리는 아직도 공석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청와대가 자녀 입학 등을 위한 위장전입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여서 검증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 결정시 도덕적 잣대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낙마 소동을 겪은 직후 청와대는 "능력보다는 도덕적 잣대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언급은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검증을 통해 후보자들의 문제를 어느 정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후보자 능력, 지역 안배, 연령, 학연 등 인사 요소들을 두루 고려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문제가 아닌 작은 하자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먼저 검증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참모들에게 이를 강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인사기획관실과 민정수석실도 검증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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