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만의 길을 찾아라
'아이 키우는 일이 도 닦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당장 자녀를 보면 불만스럽기 때문에 뭔가 조치를 취하고 싶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주변 말들에 신경이 쓰인다. 결국 참고 기다려야지 하면서도 정말 쉽지 않은 노릇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자식 농사가 곡식 농사처럼 무작정 때를 기다려야 될까. 우선 무엇을 참는 것이며,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인지가 막연하다. 또 하소연을 늘어놓는 학부모들의 심리상태를 보면 자녀가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된다는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읽을 수 있다. 사실 자녀에게 바라는 어떤 잣대를 정해놓고 거기에 아이를 맞추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기다린다는 식의 말을 내뱉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사람은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여러 환경과 부모 밑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일궈 간다. 자신의 자녀는 '나'라는 부모 밑에서 자라고, 다른 집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다. 결코 같은 수 없는 조건과 환경의 엄연한 차이를 무시한다. 자신의 아이를 남과 비교하면서 동일한 기준에서 그들보다 앞서거나, 적어도 그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욕심을 낸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거나 여의치 않으면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다림이 아니라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스타일과 페이스를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비교하지 않고 자녀에게 걸맞는 방식으로 교육하려는 마음가짐이 준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원어민 수준의 발음과 유창성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발음이라도 아이에게 맞는 영어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 참다운 준비다. 다른 아이들처럼 유창한 영어를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맞는 영어 배움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준비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일러 '수포자'라고 한다. 한 입시기관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시절에 이미 이 대열에 합류하는 학생이 3분의 1 이상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포자 대열에 들어가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무리한 공부를 하다 지쳐 넘어지기 때문이다.
학교 진도도 소화하기 어려운 처지지만 남들 다하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밀어붙인 결과다.
자녀를 자신의 잣대로 재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참고 기다리는 부모와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의 아이는 다르다. 선행학습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과 페이스에서 경쟁력을 찾는다. 무리하게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타일과 페이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거친다. 초반에는 다소 뒤처지는 것 같지만 자신만의 스타일과 페이스를 찾게 되면 대부분 고등학교에 진학해 상위권으로 도약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우등생도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조기에 우등생을 만들려는 시도는 자칫 '수포자' '공포자'(공부를 포기한 학생)를 낳을 우려가 있다.
한껏 욕심을 부리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막연하게 기다리다가 다시 마음이 다급해지면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초등, 중등 시절에는 우등생이 아니지만 결국 고등학교에 진학해 우등생이 되는 길을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자. 기준을 정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자녀 스타일에 맞는 수학 공부, 영어 공부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수학과 친해지고 영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내 아이 고유의 공부 개성에 관심을 갖자. 페이스가 조금 늦어도 좋다. 천천히 한발 한발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하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받아 들이자. 부모의 욕심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고 기다리는 것이 되지만 자기 방식을 찾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격려할 수 있다. 내 아이만의 길을 찾는 준비야말로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기다리는 부모는 초조하지만 준비하는 부모는 여유가 있다. 짧게 보면 초조한 부모가 앞서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여유있는 부모가 승리한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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