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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18일] 영화계의 시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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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18일] 영화계의 시장주의

입력
2010.08.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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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다큐멘터리 가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양익준의 장편극영화 데뷔작 가 적지 않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독립영화계에 훈풍이 분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대통령까지 관람했던 는 다들 무시하던 프로젝트를 감독 개인이 끈질기게 밀어붙여 만들어낸 끝에 천운을 만난 경우지만 이 영화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마케팅 지원을 받았다.

자생력 취약한 독립ㆍ예술영화

는 아주 극적인 사례였다. 대다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사실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연명해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시장에서 자생력이 약했다. 영화 한 편을 개봉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10억원을 상회하는 게 보통인 현실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나 의 성공은 예술ㆍ독립영화계의 성장이 아주 느리지만 착실한 속도로 뿌리를 내려왔던 저간의 상황을 증명한다. 관객들이 이 판의 존재 의의를 깨달았을 때, 상업영화진영 바깥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북돋아주고 지원해야 할 영진위는 정반대 방향으로 정책 가닥을 잡았다. 7월 초, 영진위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거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1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운용안’에서는 ‘독립영화 제작지원’(올해 7억원), ‘예술영화 제작지원’(32억5,000만원), ‘기획개발 역량강화’ 예산(12억6,000만원) 등이 모두 삭제됐다.

이런 상황은 얼마간 예상됐던 것이기도 하다. 새로 출범한 영진위의 노선은 철저한 시장주의에 입각해 있다. 영진위가 최근 가장 공들여 신경 쓰는 것이 소위 3D 영상산업 관련 정책이다. 그것도 3D영화의 콘텐츠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이 관련 산업인프라를 확충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논리에 입각한 진흥정책을 펴고 있다.

스토리와 비주얼에 대한 통합적 사고, 모험적인 창의성이 없는 산업은 3D 영화가 아니라 4D 영화가 나와도 비전이 없다. 당장의 성과주의에 매몰된 눈에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꼬마들의 놀이처럼 보여 시시하겠지만 이들 영화에서 미래의 거장이 나온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없앤 영진위의 정책이 예고하는 것은 앞으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시장에서 알아서 살아 남으라는 얘기다. 영진위는 사전지원제도를 없애는 대신 완성된 영화에 대해 스태프들의 임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사방에서 투자 받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지금 충무로에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없고 돈도 없는 젊은 영화인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이들에게 영진위의 공적 지원은 가뭄에 만나는 샘물과 같은 것이다.

합리적 지원책 찾는 고민 필요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일반인들이 모르는 저간의 사정은 더 비극적이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은 지난 5월 칸 영화제 출장 도중 국내에서 심사하고 있는 예술영화지원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작품의 선정을 종용하는 전화를 걸어 물의를 빚었다. 이게 심사의 공정성 문제로 비화되자 차제에 영진위는 지원제도 자체를 백지화하는 정책을 택했다. 심사주관 단체장이 스스로 문제를 일으켜 놓고 심사에 잡음이 많아 지원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이래저래 현장의 젊은 영화인들은 속이 끓는다.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기관이 차악에서 최악으로 가는 정책을 거듭 내리는 것을 볼 때 21세기의 문화산업 운운이 얼마나 공허한 시장주의의 가면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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