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사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고래를 사랑하기 위해 싸워야 할 '적'이 내부에도 외부에도 많았다. 옛말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고 했다. 아니었다. 새우 싸움 같은 포경과 반포경의 오랜 논쟁에 고래들이 대책 없이 죽어갔다.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전쟁에서 가장 높은 벽은 정부였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확인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고시가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가고 있을 고래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 기뻤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포경 재개를 주장해온 농림수산식품부가 고래에 대해 처음으로 '좋은 생각'을 했다. 아니, 성급한 내 판단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포획된 모든 고래류의 DNA 채집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분명 고래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겐 낭보다.
이제 죽은 고래는 검사나 해양경찰서장의 '유통증명서' 없이는 매매하거나 유통할 수 없게 되었다.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도 반드시 수협 위판장에서 판매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고래를 해체할 수 있다. 이 개정안으로 고래의 불법 포획도, 불법 포획된 고래에 대한 불법 유통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개정안은 이 달 중 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10월에 시행될 계획이란다. 10월에 고래를 위한 평화의 바다가 찾아올지 기다려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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