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홈런 페이스로 2010시즌 막바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대호(28ㆍ롯데)의 홈런 기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이대호를 향한 야구계의 남은 관심사는 7년 만의 50홈런. 당시 이승엽(34ㆍ요미우리)이 세운 아시아 신기록(56개)을 넘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50홈런 도달까지는 꿈이 아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홈런 타자로 남아 있는 이승엽과, ‘포스트 이승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대호. 둘의 비교도 흥미롭다.
▲기본기는 이대호, 노림수는 이승엽
이승엽은 지난 97년 첫 홈런왕에 오른 뒤 2003년까지 5차례 홈런왕을 휩쓸었다. 99년 54개를 쳤고, 2003년 56개를 넘겼다. 반면 이대호는 올시즌 전까지 30홈런도 친 적이 없지만 2006년 22년 만의 타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만큼 정확성을 겸비했다. 올해도 홈런 행진 속에서도 3할7푼대를 내다보는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IPSN 해설위원)는 “타격 기본기 쪽으로는 이대호가 한 수 위, 눈과 노림수는 이승엽이 낫다”고 밝혔다. 김 전 코치는 “이승엽은 임팩트 순간 체중을 이대호보다 앞쪽으로 끌고 나가면서 손목을 완전히 이용해 파워가 실리지만 몸쪽 공에 약점이 있는 반면 이대호는 하체를 잘 사용해 어떤 코스의 공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승엽은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여지없지만, 삼진도 많다. 반면 이대호는 스스로 말하듯 정확성에 초점을 둔 타격을 한다. 서정환 MBC ESPN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몸과 스윙이 모두 부드러워 교과서적인 타격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배트 스피드는 이승엽, 멘탈은 이대호, 공통 분모는 유연성
타고난 유연성이 홈런왕의 기본 조건이었다. 이대호는 193㎝, 135kg의 거구, 이승엽은 183㎝, 95kg이지만 테이크백부터 팔로스로까지 물흐르듯이 부드럽고도 군더더기 없는 스윙 동작이 일맥상통한다. 이효봉 MBC ESPN 해설위원은 “이승엽은 배트 순간 스피드가 엄청나 공의 비거리를 늘리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 위원은 “이승엽이 지금 어려움을 겪듯, 왼손 타자라 아무래도 전 투수들에게 고루 강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고, 정신적인 슬럼프가 오면 길어지는 게 이승엽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재박 전 LG 감독(KBO 경기운영위원)도 “둘 모두 스윙이 부드러운 게 최대 장점인데, 이대호는 올해 마음을 편히 먹으면서 좋은 타격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아무래도 투수 출신들이 수 싸움에 능해 홈런 타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둘 모두 투수 출신인 것에 주목했다.
통산 기록 등‘홈런 타자’라는 이미지에서는 아직 이승엽이 한 수 위지만, 단점 없는‘완벽한 타자’로는 이대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