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창 경제부 기자
급하기는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16일 밤 MBC PD수첩이 “4대강 비밀팀이 존재했다”는 내용을 다음날 방송한다고 예고하자, 국토해양부는 17일 아침 즉각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국토부는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운하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터에 방송내용이 그대로 전파를 탈 경우, 파문의 확산은 불 보듯 뻔한 일. 더구나 정부로선 ‘촛불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PD수첩이란 점에서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방송 자체를 봉쇄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보도내용이 허위라면, 추후 사실여부를 가려내 정정절차를 밟으면 된다. PD수첩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한 채 방송 자체를 막아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언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광우병 파동의 예를 들며 “일단 방송이 나가고 나면 허위도 사실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관점에서 ‘사실’인 것만 보도한다면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방송금지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것도 문제다. 가처분은 ‘확정 판결까지 현 상태를 방치하면 소송목적(이번 경우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필요한데, 이번 건이 그처럼 급박한 상황이라 보기도 어렵다. 긴 시간이 걸리는 본안 대신 결정이 빠른 가처분을 정부까지도 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이날 가처분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국토부는 결국 명분도 실리도 없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불편하다고 막을 수는 없다. 4대강처럼 논쟁적 사안이라면, 진실이 최종 판명되기 전까지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은 들을 권리가 있다.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PD수첩이 책임질 일이다. 이런 식의 사전봉쇄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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