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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우리안의 다문화 ⑼친정 가정 상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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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우리안의 다문화 ⑼친정 가정 상봉기

입력
2010.08.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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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는 것은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따라서 동화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라고 할 수 없어요.”

다문화 가정 친정 방문 프로그램 ‘2010날자’를 통해 올해만 30여개 가정에서 102명이 베트남을 방문토록 한 강경희(사진)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의 말이다. 2007년부터 매년 베트남 필리핀 몽골 태국 등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강 총장은 8일 베트남 현지 친정 방문을 인솔하는 길에서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식과 정부 지원책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말로는 다문화지만 내용은 동화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인이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지방자치단체 행사는 한국 사회의 저급한 다문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TV는 한국인보다 김치를 더 잘 만들고 시장 볼 돈을 아끼는 알뜰한 주부가 됐다는 이야기를 이상적 결혼이주 여성상으로 제시한다. 또 한복 입기, 식혜 담그기, 제사상 차리기는 지자체가 여는 다문화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강 총장은 “빨간색은 빨개서 예쁘고 노란색은 노래서 예쁜 건 데 주황색이 예쁘다고 하는 게 문제”라며 “그들을 우리 색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문화인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서 한국에 맞게 바꾸려는 것 역시 여러 문제를 파생시킨다고 본다. 실제로 정부의 다문화 지원책 대부분이 어학, 노동, 문화 교육 등 한국 사회에 결혼이주 여성을 동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의 불화는 날로 늘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제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2010날자’ 프로그램이 친정 방문뿐 아니라 전체 가족 모임, 사후 모임 등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보람은 크지만 항상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강 총장은 이날도 한 참가 여성의 베트남 친정을 방문했다. 며칠만 더 있게 해 달라는 요구에 “노(NO)”라고 말해 놓고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강 총장은 “한국에서 ‘닭장 생활하듯 우울하게 지낸다’던 결혼이주 여성이 현지에서 너무도 밝은 모습을 보일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라며 “재단의 슬로건이 ‘딸들에게 희망을’인데 이 땅의 딸이자 어머니인 그들에게 친정 방문보다 더한 희망이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이 불법 해외 결혼 중개를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강 총장은 “결혼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과정 자체가 이미 폭력적”며 “한국 사회가 그들을 노예로 산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친정 방문의 기회 등)은 별개의 책임 이행이라고 봅니다”고 했다.

하노이=김청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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