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롯폰기 힐스’의 꿈이 영글고 있다.
오는 25일 백화점 신관 ‘아쿠아몰’의 개장으로 1단계 완성을 눈앞에 둔 부산 중앙동 부산롯데타운. 타운 한가운데 자리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지난해 12월 본관을 개점해 벌써 9개월째 영업 중이지만, 광복점과 어깨를 맞대고 건립한 아쿠아몰은 본관 연결 부분에 가림막을 설치한 채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었다. 지하1층~지상3층 쇼핑몰 한가운데를 비워 지름 18m, 높이 23m로 만든, 아쿠아몰의 자랑 거리인 초대형 음악 분수 ‘아쿠아틱쇼’도 관객에 선보이기에 앞서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지역상권 부활 돕는 엔터테인먼트 쇼핑몰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롯데그룹이 1995년 옛 부산시청 부지를 사들이며 시작한 부산롯데타운 프로젝트의 첫 단추이다. 백화점 본관과 신관에 이어 2014년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동, 2016년 지상 108층의 초고층 타워가 완공되면, 연면적 56만3,000만㎡의 광복동 부산롯데타운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설풍진 롯데백화점 광복점장은 “108층 타워까지 들어서면, 부산롯데타운은 수도권 이남 최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서면, 해운대로 이동한 부산 상권의 무게중심을 되찾아와, 구도심의 자존심 부활 및 상권 부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북항 및 신항 재개발의 출발점도 롯데타운이다.
부산롯데타운은 일본의 롯폰기힐스처럼 단순한 쇼핑공간을 넘어 문화, 생활, 업무까지 이뤄지는 타운형 복합단지를 목표로 구상됐다. 당장 백화점부터 아쿠아몰 개장과 동시에 쇼핑 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 거리까지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및 생활공간으로서 색채가 뚜렷해진다. 아쿠아몰은 100억원을 들인 야심작 아쿠아틱쇼 이외에도 420석 규모의 문화홀, 갤러리, 1개층(5층)에 걸친 대형서점과 스포츠센터, 병원 등을 갖추고 있다. 설 점장은 “세계 최대 실내 음악분수인 아쿠아틱쇼만으로도 부산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많고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시설이 들어서는 데다, 국내에선 바다를 바라보며 쇼핑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거제 창원 밀양 등 광역 상권을 새로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랜드마크 등장으로 살아난 롯폰기(六本木)
일본 도쿄(東京)에서도 부유층과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기로 유명한 롯폰기. 낙후했던 롯폰기를 살려낸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은 부산롯데타운의 미래와 닮은꼴이다.
지난 12일 롯폰기 힐스를 찾았다, 초고층(54층)빌딩 모리타워를 중심축으로 고급맨션, 호텔, 쇼핑몰, 영화관, 방송사(테레비아사히), 모리정원 등이 모여있는 롯폰기힐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발 밑으로 도쿄 전망이 펼쳐지는 모리타워 52층의 전망대에도 관광객뿐 아니라 모리미술관 관람객까지 몰려 360도로 둘러싸인 유리벽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망대를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바로 3층 쇼핑몰로 연결됐다. 마츠나가 아츠시(松永淳) 모리빌딩 상업운영부장은 “롯폰기힐스는 ‘문화 도심’을 모토로 업무와 생활, 공부, 쇼핑이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됐고, 방문객들은 평균 4시간 이상 머물며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쇼핑을 두루 즐긴다”고 말했다.
롯폰기힐스와는 지하철 롯폰기역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드타운도 도쿄 내 최고 높이(248m)의 초고층빌딩과 고급 쇼핑몰, 산토리미술관 등을 앞세워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미쓰이(三井)부동산의 요시다 유키오(吉田幸男) 도쿄미드타운사업부 그룹장은 “원래 방위청이 있던 자리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던 곳인데, 이젠 주말이면 도쿄도내는 물론 가나가와(神奈川), 사이타마(埼玉), 치바(千葉)현 등 도쿄권에서까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사실 롯폰기는 유흥문화로나 명성을 떨쳤을 뿐 낡은 주택이 밀집해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쇠락했던 지역. 하지만 2003년 롯폰기힐스, 2007년에 미드타운, 국립신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도쿄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롯폰기힐스에만 한해 4,300만명, 미드타운에 2,900만명이 다녀간다. 모리빌딩 마츠나가 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는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롯폰기힐스는 지난해 말 쇼핑몰 매출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되찾았다”며 “미드타운, 국립신미술관이 개장하면서 서로 상승작용, 롯폰기 상권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부산ㆍ도쿄=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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