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이원리조트컵에서도 또 한번 ‘사고’를 쳤습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하고도 1승도 거두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올해는 벌써 2승을 올렸습니다.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들에게 골프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네요. 뒤에서 응원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승은 올해 첫 OB(아웃 오브 바운드) 위기를 넘긴 뒤 거둔 우승이라 더욱 값진 것 같습니다. 대회 첫날 10번홀(파4)에서 한순간에 무너질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요. 티샷은 벙커에 빠졌고 핀까지 60m 정도를 남기고 친 두번째 샷이 공의 윗 부분을 때리면서 OB가 나고 말았습니다. 장타자가 아닌 저에게 OB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죠. 1벌타를 받고 벙커에서 드롭하고 친 네번째 샷도 짧아서 온 그린에 실패했구요. 5번째 샷도 깃대를 때리면서 더블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해 1.5m 더블 보기 퍼팅을 성공했죠.
하지만 10번홀 OB가 저에겐 독이 아닌 약이 됐습니다. 남은 홀에서 어떻게든 타수를 줄이기 위해 더욱 집중을 했구요. 결국 대회 첫날을 1언더파로 마무리하면서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OB가 나면 그 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OB를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라운드를 마칠 때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로선수들에게 OB 티는 없습니다. 티샷이 OB가 나면 1벌타를 받고 같은 곳에서세번째 샷을 하게 됩니다. 국내 골프장은 주말골퍼들의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위해 OB 티를 만들어 놓았죠. 티샷이 OB일 경우 OB 티에서 네번째 샷을 치게 됩니다. OB 티에서 샷을 하는 것이 스코어상으로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OB 티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규칙을 준수하면서 얻어낸 성적표를 받았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벙커에 빠진 두번째 샷이 OB가 났다면 벙커 안에 드롭하는 것이 룰입니다. 벙커에 공이 박힐 확률이 높지만 어려움을 뚫고 좋은 샷을 날릴 때의 손맛은 정말 짜릿합니다.
OB는 분명 위기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2010 KLPGA 투어 히든밸리ㆍ하이원리조트컵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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