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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시리즈’ 시작하는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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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시리즈’ 시작하는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 인터뷰

입력
2010.08.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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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됐다.” 정명훈(57)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음악적 고백은 유명하다. 그가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은 올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탄생 150년과 내년 서거 100년을 기념, 26일부터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말러 시리즈’를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125명, 4개 합창단 150명이라는 대편성에, 독일의 메조 소프라노 페트라 랑, 독일 린츠 극장에서 활동 중인 리릭 소프라노 이명주 등 2명의 성악가가 동참하는 음의 성찬이다. 바쁜 연습 일정을 쪼갠 정명훈 예술감독과 지난 16일 서울시향에서 대화를 나눴다. 느긋한 말투에 외국어 표현이 끼어드는 그의 특유의 화법이 대화를 즐겁게 했다.

_ ‘말러 시리즈’ 일정은 어떻게 되나.

“말러 탄생 150주년인 올해 교향곡 2, 10, 3, 1번을 연주하고 내년에 4~9번을 연주한다. 7, 10번은 내가 지휘하지 않는데, 다른 지휘자도 동참해 만드는 자리라는 데 의미를 둔다. 전체적으로는 서울시향에 온 5년 전의 뜻을 되새기자는 것이다.”

_ 당신에게 말러가 갖는 의미는.

“오케스트라 본연의 소리에 매료되게 하는 곡을 쓴 말러는 기막힌 지휘자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오케스트라를 위해 바친, 완벽한 작곡가다. 굳이 비기자면 모차르트는 오페라나 심포니보다 피아노 협주곡에, 베토벤은 32편의 피아노 소나타에 집중했다. 그러나 말러는 노래 반주도 오케스트라로 썼을 만큼 오케스트라를 위해 헌신했다. 다른 작곡가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면이다.”

_ 서울시향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의미도 있을텐데.

“서울시향이 시민을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찾아가는 음악회’ ‘희망_드림 콘서트’를 많이 했다. 클래식 음악을 가진 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그렇지 않다, 이거 한 번 들어봐라’ 하고 찾아가며 연주한 것이다.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메신저 역할이다. 그러나 열린음악회 식의 설익은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찾아가는 음악회’ 최대의 관건은 연주력, 좋은 작품이다.”

_ 지휘자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공부, 연습뿐이니 단원들은 불만이 잔뜩 쌓였을 것이다. 나의 음악적 견해로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최대의 관건으로 삼는 것은 그래서다. 지휘가 힘든 게, 젊었을 때 모든 걸 다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리더십, 개성의 문제가 크다. 그런데 음악적 주관이 약한 자가, 한국에서는 성공의 가능성이 큰 게 우리 문제다.”

_ 모델이 있는가.

“제일 존경하는 지휘자는 줄리니, 작곡가는 메시앙이다. 진짜 순진한 사람, 겸손한 사람이다.”

_ 지휘자로서 그간의 소회가 적지 않을 텐데.

“30년 하고 나니 조금 일하기 쉬워졌다. 서울시향 맡은 것이 사실 좀 늦긴 하다. 그런데 단원들이 대부분 나보다 젊다 보니, 인간적 균형이 맞다. 20년 전 베를린필 지휘할 때, 콧대 높은 단원들 때문에 힘들었던 생각이 절로 난다. 바스티유 오페라에 있을 때는 아예 거기서 자고, 살았다. 그 같은 경험의 두께가 도움이 됐다.”

_ 아들 정선씨가 재즈 기타리스트인데, 당신에게 재즈는 어떤 음악인가.

“젊었을 때 재즈 못 한 것, 굉장히 후회된다. 5년째 인천 재즈페스티벌을 하고 있는데, 아들의 음반이 그 이름으로 9월에 나온다. 우리 클래식 교육은 너무 딱딱하다.”

_ ‘7인의 음악회’에서는 실내악 협연자로, 연광철의 ‘겨울 나그네’에서는 피아노 반주자로, 최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원래가 화려한 성격인가.

“안 그렇다.(웃음) 사실 나는 뭐 하려면 그것 한 가지만 해야 되는 사람이다. 피아노 솔로이스트는 20년 넘게 안 하고, 지휘 공부만 연습했다. 집에서는 요리뿐이다. 미국 처음 갔을 때, 6년간 시애틀에서 음악은 하지 않고 평범한 미국 아이처럼 살았다. 내가 (한 가지 악기에 안 빠지고) 지휘자 된 것은 그 덕택이다. 음악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닌데, 줄리어드에 간 한국인들은 솔로만 중시한다.”

_ 지금껏 가장 의미있는 경험이라면.

“결혼과 아이들이다, 음악밖에 몰랐던 나를 일깨워 주었다. 옛날에는 정말 피아노뿐이었다.”

_ 최근 서울시향과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음반으로 발표했다. 음반 작업에 상당히 관심있다고 들었다.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 녹음 작업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말러 교향곡 취입 문제를 세계적 레이블과 상당히 깊게 논의 중이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쇼팽의 ‘소나타 b단조’를 제일 좋아한다며 말을 맺었다. 이번 공연은 26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700-6300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말러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그는 어느 누구보다 오케스트라에 헌신한 작곡가”라는 말로 표현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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