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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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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리뷰

입력
2010.08.1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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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대극장에 섰다. 키 140cm 정도의 작은 몸집에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그의 열정적 몸부림은, 그러나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끝날 때까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관객은 조건반사처럼 기립박수를 보냈다.

제작비 135억원 이상을 쏟았다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공연이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탄광촌 출신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 뮤지컬은 완성도 높은 원작과 이에 뒤지지 않는 아역배우의 연기가 만나 오랜만에 볼 만한 신작을 탄생시켰다.

관객 쥐락펴락하는 아역들의 명연기

관객은 아역에게 관대하다. 그런데 요즘 아역, 웬만한 성인 배우 뺨친다. 더구나 빌리는 800여명의 오디션 지원자 중에서 뽑힌 4명. 발레 유망주인 김세용(13) 임선우(10)군과 뮤지컬배우 이지명(13)군, ‘탭댄스 신동’으로 불리는 정진호(12)군은 1년 이상 갈고 닦은 능숙한 춤과 노래, 연기로 좌중을 압도했다.

엄마를 여읜 빌리는 권위적인 아버지, 신념에 죽고 사는 혈기왕성한 형,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아간다. 탄광 노조원인 아버지와 형은 연일 계속되는 파업에 지쳐있고, 빌리는 그들에 의해 발레 교습을 저지당한다. 빌리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홀로 춤을 추는 ‘앵그리 댄스’. 1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이 대목은 발레와 힙합 등을 결합한 아역배우의 춤 독무대만으로도 풍성했다.

2막의 하이라이트는 빌리가 우여곡절 끝에 영국 최고의 발레단인 로열발레단아카데미 오디션을 보는 부분이다.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니”라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빌리는 “뭐라 설명할 수 없어, 말로는 부족해”로 이어지는 ‘일렉트리서티’를 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춘다. 대조적으로 우직하게 앉아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빛나는 것은 빌리만이 아니다. 여장을 즐기는 빌리의 친구 마이클 역의 김범준(13), 이성훈(12) 군의 연기도 만만찮다. 특히 빌리보다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군은 외국 스태프들도 눈독 들이는 보석 같은 존재. 모든 아이들의 노래는 기교 없이 청명하고 진솔하다.

깊이있는 대본, 영리한 연출이 빚어낸 수작

원작이 워낙 훌륭했다. 전체 이야기는 묵직하되 대사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극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마거릿 대처 수상의 탄광 국유화 정책에 맞서 싸우던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넘쳐나는 말장난과 농담은 극을 지루하지 않게 가져간다.

연출 또한 명품이다. 파업자들의 집회 현장과 빌리의 발레 수업을 병치한 장면은 현실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드러내고,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빌리의 내면은 노동자를 가로막은 경찰들의 방패로 표현된다. 쿵쿵 위협적인 방패 소리와 격정적인 빌리의 ‘앵그리 댄스’를 중첩해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하는 것. 연출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어른 빌리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의 남자 백조가 되어 무대 위를 가르는 장면을 기대했을 테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아이 빌리와 어른 빌리가 한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같은 동작을 하는 상상 속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쉬운 점 한 가지. 여러 사람의 손을 탄 어색한 번역이다. 특히 11살 앳된 소년이 다소 수위가 높은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은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조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1544-1555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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