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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언어폭력, 장난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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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언어폭력, 장난이 아니네

입력
2010.08.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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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매달 20여건 신고… 모욕감에 등교기피 학생도

지난 5월 어느 날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3학년 담당 A교사는 흡연측정기를 들고 교내 단속에 나섰다. 마침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는 B(18)군이 걸렸다. A교사는 대뜸 "학비까지 지원받는 놈이 담배 살 돈은 있나 보지? 내 세금으로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는 주제에"라고 면박을 줬다.

B군은 집에 돌아와 "학비 지원 따위 받지 않겠다. 내 힘으로 학비를 내든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애꿎은 부모에게 하소연했다. 부모는 "교사는 별 뜻 없이 그런 말을 했겠지만 이는 분명한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들이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의 '오장풍 교사' 등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육 당국은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현장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적이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4~6월 3개월간 학교를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과 상담(차별 관련)이 73건이나 접수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생의 피해사례 접수가 매달 20건 안팎으로 꾸준하다는 건 현장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부적절한 언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알림장에 부모 도장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담임 교사로부터 "엄마 아빠가 모두 죽었느냐" "가정교육도 못 받은 것이, 무식하다"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 또 한 중학생은 보충수업을 안 받는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로부터 "엄마는 술 먹고 바람 피우니, 네 아빠는 술 먹고 때리냐" 등의 막말을 들었다고 인권위에 알려왔다.

교사들의 폭력 문제도 제기됐다. 중학교 3학년인 한 학생은 방과 후에 옆 반 친구를 기다리다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몇 번 두드렸다가 교사에게 뺨을 30대 이상 맞고 고막치료를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상담을 요청했다.

입시원서를 쓰면서 학교에 상의하지 않았다며 "무릎 꿇고 사과해라, 얼굴 보기 싫으니 그냥 꺼지라"고 말한 담임,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울증3급 장애학생에게 "이 XX가 어떻게 일반 학교에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구제불능이다"고 욕한 미술 교사 등에 대한 진정 사례도 접수됐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대표는 "체벌 수준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일삼는 교사들은 부적격 교사다. 아직도 교육 현장에 적지 않은 이들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의 자질도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 교사도 사람이고, 교육 외에 잡무 등 쌓이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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