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그 21 전투기로 추정되는 군용기가 신의주 기지로부터 200㎞나 떨어진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 라구(拉古)향에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경을 넘은 이유에서부터 정확한 추락 원인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로선 확실히 밝혀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다.
우리 군 및 중국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레이더 상에 포착된 모습이나 추락 현장 사진에서 나타난 삼각형의 주날개 등으로 볼 때 신의주에서 이륙한 미그 21기가 훈련 도중 대열을 이탈해 국경을 넘은 뒤 의문의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정도만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이 전투기가 북한 탈출을 시도했다면 중국 또는 러시아 등 과연 어디로 가려 했는지, 연료고갈이나 기체이상이 추락원인 인지 아니면 격추 당한 것인지 등은 베일에 가려진 부분들이다. 그러나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함구하거나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 시간이 흘러도 의문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탈북인가 항로이탈인가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북 군용기 한 대가 훈련도중 단독으로 편대를 벗어나 중국 혹은 러시아를 향해 탈북을 시도했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교도통신은 중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선양의 북 총영사관 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중 외교부 차관보급 간부도 선양으로 향했다"며 "최병관 주중 북한대사도 중 외교부를 방문해 기체 회수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최근 북한 경제상황 악화로 두만강과 압록강 등을 통한 북한 군인들의 탈북 시도가 많았던 점, 북한공군의 훈련 관행 상 국경지역을 오가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대체로 탈북 시도라는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다만 단순 기체 계기고장이나 조종사 착각에 의한 항로이탈이 월경의 원인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훈련 편대비행 중 이탈했다면 북의 저지를 뚫고 순순히 국경을 넘기 어려웠을 것이고 처음부터 탈북을 의도한 단독 이륙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체 이상인가 격추인가
일부 소식통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사고기가 북한기란 사실을 현장에서야 확인했다. 이는 사고기의 영공 침범을 공군기나 레이더로 사전에 인지하고, 추격ㆍ격추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더라도 사고기는 비교적 온전하고, 비상착륙을 한 듯 평평한 옥수수 밭에 바로 놓여 있다. 목격자들은 "전투기가 추락직전 2,3회 저공으로 선회했으며 민가를 덮쳤으나 폭발과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기름이 부족해 훈련시 연료탱크의 3분의 2만 채워 30여 분만 비행하도록 하는 북한 사정은 이번 사고가 연료부족 때문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반경 135㎞ 주위에 중국 고사포 및 대공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군에 의한 격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당국이 현장을 봉쇄한 것도 단순 사고가 아닐 가능성을 높인다. 요격에 나선 중국 공군기가 회항요구에 불응하는 북 전투기를 공중에서 일격에 격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기가 160여㎞나 영공을 비행하는 동안 중국이 대응하지 못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제때에 사고기를 막지 못한 중국군이 최후의 수단으로 격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행선지는 중국, 혹은 러시아
일단 1명의 조종사가 생존했을 가능성이 대두된 만큼, 조만간 중국의 조사로 추락기의 행선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탈북자를 적발할 경우 북한으로 바로 송환하는 중국으로의 탈출 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그래서 러시아를 목적지로 추정한다. 그러나 사고기 항로는 신의주에서 거의 정북 방향이었지만 북중 국경선을 따라 두만강으로 향하는 것이 러시아와 더 가깝다는 반론이 있다.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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