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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양극화도 '깊은 골'] 경동시장 옷가게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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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양극화도 '깊은 골'] 경동시장 옷가게 개점휴업

입력
2010.08.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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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한끼 밥값도 못 벌어" 가게 문 닫은 곳 부지기수"동네 진출 대형마트·SSM에 손님 다 뺏겨" 울분영세 도매상 "거래처 자체가 없어져 버티기 힘들다"

"오늘 하루 종일 5,000원짜리 바지 3개 팔았어. 바지 하나 팔면 나한테 떨어지는 게 1,000원이니까, 오늘 3,000원 벌었네. 휴우~. 점심 밥값(4,500원)도 못 벌었어. 장사는 무슨 얼어 죽을."

불만으로 가득 찼다. 서울 동대문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 30년째 옷 가게를 하고 있는 배봉순(70) 할머니에게 요즘 가게는 말 그대로 애물단지다. 그나마 오늘은 해질 무렵까지 3개나 팔았으니 다행이라는 배 할머니는 "그냥 밥만 축 내고 가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재래 시장이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하루 종일 단 한 개의 물건을 팔지 못하는 상점은 넘쳐나고, 아예 가게 문을 닫은 곳도 허다하다.

한 때 명물 시장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던 옛 명성은 온데 간데 없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위상에 눌린 탓이다.

대형마트로 손님 몰려, 이웃들끼리 사이도 벌어져… SSM은 암적인 존재

"10원짜리 하나라도 더 벌어 보겠다고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문을 열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대형 마켓에서도 그 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구멍가게에 손님이 올 리가 없죠. 그 나마 알고 지냈던 동네 사람들도 하나 둘씩, 마트로 몰려갑니다. 덕분에(?) 수 년째 알고 지낸 동네 이웃들하고 사이까지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서울시 황학동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15년째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윤미정(51·여)씨는 인심마저 사나워지고 있는 것 같다며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골목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고 있는 SSM은 그야말로 재래시장에게는 '암적' 존재다. 19일 대형 H마트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에서 14일부터 무기한 단식 삭발 농성에 들어간 이윤근(61) 서울남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강서구 내에서만 올 연말까지 7~8개의 대형 마트가 문을 열려고 준비 중"이라며 "한 여름 땡볕에 타 들어가는 영세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나 국회에서 이렇게까지 SSM 문제를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성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하루씩 벌어 먹고 살아가야 하는 열악한 상황 탓에, 함께 동참할 수도 없는 게 열악한 소상인들의 현실이다.

영세 도매상도 직격탄… 자영업자 수 해마다 급감

영세 도매시장도 예외 없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창신동 동문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김우성(40) 사장은 "거래가 미뤄지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거래처 자체가 아예 없어지면서 잠재 매출도 기대하기가 어려지고 있다"며 "1~2년 전만해도 100만원 어치 신발을 사가지고 갔던 사람들인 지금은 10만원 어치 밖에 안 사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국내 자영업자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600만명 선이 붕괴된 이후,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자영업자 수는 2009년7월 583만4,000명에서 올해 7월에는 570만6,000명으로, 1년 만에 13만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더 사라졌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부의 일부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지극히 낮은 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춘 대기업의 대형마트에서 영세상인들과의 상생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화봉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팀장 "간판 교체와 매장 진열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의 '나들가게' 사업 등이 영세 상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재래시장 문제 해결에는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등에서 먼저 영세 상인들을 고려해 취급 품목이나 운영시간 조정 고려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김윤정 인턴기자 nurme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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