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결코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이제염오(離諸染汚)라는 말이 생각나요. 연꽃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 내고픈 희망과 용기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구김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희망’과 ‘용기’를 말하는 대목에선 누구보다 당찼다. 아동복지기관인 어린이재단과 외환은행 나눔재단이 주최한 제23회 전국 소년소녀가정ㆍ가정위탁보호세대 생활수기 공모에서 대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차지한 송민규군.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남동생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송군은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이라는 수기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송군은 “동생의 권유로 응모하게 됐는데 전혀 뜻밖의 상을 받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동생과 함께 외갓집 등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다. 그는 수기에서 그 신산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을 여섯 살 때 가족 모두가 속리산에 여행 갔을 때 봤던 연못에 핀 연꽃에 비유해 잔잔히 써 내려갔다. “바람이 불자 잔잔한 연못이 진흙탕으로 변해 연꽃이 사라져 나의 슬픈 가족사진처럼 남아있다.”(수기의 한 구절) 심사위원인 월간지 가이드포스트의 안주영 편집장은 “간결하면서도 매끄럽게 쓴 글은 국문과에 진학해도 될 정도”라고 평가했다.
송군은 한 때 PC방을 전전하며 마음을 다잡지 못했으나 지금은 집안 청소 등 살림을 도맡아 해내며 동생을 보살피고 있다. 16일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3박4일간 일본으로 문화체험을 간 송군은 “동생에게 아침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나만 캠프를 가게 돼 미안하네요.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동생이 요즘 관심이 많은 목걸이나 장신구 등 기념품을 사다 줘야겠다”고 했다.
성적도 상위권인 그는 부쩍 흥미를 느끼고 있는 화학공학과 진학을 바라고 있다. 그는 “화학공학 연구원이 되고 싶어 관련 교양서적도 꾸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은 1987년 10월 소년소녀가정생활수기를 공모해 발간한 을 시작으로, 매년 수기집을 발간하고 있다. 김기섭 어린이재단 생활수기 담당자는 “글을 통해 삶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송군 등 올해 수상한 100명의 수기는 12월 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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