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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총재, 개혁 인사 청사진/ 韓銀, SKY대 탈피… 대기만성형 인재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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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총재, 개혁 인사 청사진/ 韓銀, SKY대 탈피… 대기만성형 인재 수혈

입력
2010.08.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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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개혁실험’이 시작됐다. 그 핵심은 인사개혁이다.

주변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총재가 취임 후 4개월여 동안 한은의 인적 구성 및 인사시스템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 첫째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출신이 너무 독점한다, 둘째 순혈주의가 강하다, 셋째 내부경쟁만 하고 외부경쟁을 하지 않다 보니 국제감각이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김 총재는 한은 인사개혁을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기 시작했는데, 한은 내에선 그의 오랜 소신인 이른바 ‘late bloomer론’에 주목하고 있다.

명문대 독점을 깨라

김 총재는 취임 이후 “한은에는 ‘얼리 블루머’(early bloomer: 일찍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들만 너무 많다.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 대기만성자)들을 우대하는 풍조가 되어야 한다”고 자주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은 한은의 인적 면면이 지나치게 명문대학 출신들로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본점에서 지방대 출신은 찾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김 총재 자신도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얼리 블루머’이지만, 명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일 잘하고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는 ‘레이트 블루머’가 설 땅이 없는 조직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실제로 7명의 한은 임원진(총재, 부총재, 부총재보 5명) 중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이 각각 5명, 2명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한은은 9월 서류접수를 받는 올해 신입행원 공채 때부터 입사제도를 변경,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류전형, 필기고사, 최종 면접 등 각 전형 단계마다 합격자의 20%를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한다는 것. 올해 채용 예정인원은 40명이므로 모두 8명의 지방대학출신을 뽑게 되는 셈이다. 최근 5년 동안 공채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이 겨우 5명 남짓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채용실험인 셈이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재의 선발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형 방식도 바꿨다. 학술과목(경제학 경영학 법학 통계학 전산 등 5개 과목 중 하나 선택) 배점을 줄이고, 논술과목 배점을 100점에서 200점으로 올린 것. 김 총재는 “경제ㆍ경영학만 잘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ㆍ사ㆍ철(문학 사학 철학)에 충실한 사람이 길게 보면 더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와 경쟁하라

거의 전원이 공채출신으로만 짜여 있는 점, 외부인사교류가 거의 없는 점도 한은의 특징. 그러다 보니 “오로지 내부경쟁만 치열하고 외부흐름과는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 김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지난 달 취임 100일에 즈음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같은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직원이 단지 2명뿐이라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국제감각을 익힐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에 영국의 영란은행, 중국 인민은행 등 외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에 무려 7명의 한은 직원을 파견하게 됐다. 논공행상 성격의 ‘외유성 해외파견보직’이 아닌, 해당 중앙은행에서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것. 한은 역사상 이처럼 해외파견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김 총재가 해외방문 때 외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직원파견을 직접 요청, 어렵게 수락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은 아울러 또 전체 채용 인원 중 10%를 차지했던 해외전문인력 비중을 15%로 늘리고, 해외 대학원졸업(예정)자도 지원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내외 경제에 대한 의견을 대외에 발표할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신설키로 했다.

한은은 현재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 전면적인 조직진단을 실시중이다. 10월쯤 그 결과가 나오면 대대적인 조직 및 인사개혁이 뒤따를 전망. 한은 직원들은 큰 방향에선 변화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사상 유례없는 조직 및 인사태풍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중앙은행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너무 몰아 붙인다” “지나친 국제감각의 강조는 또다른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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