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사회부 김광수기자
“국방부는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16일 병사 복무기간 단축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방부 당국자는 짤막하게 답했다. 사실 속시원한 설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엔 말문이 막혔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정치권에서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까지 줄이지 말고 22개월로 제한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내놓자 국방부는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부터 시행해 온 사안”이라는 반발에 부딪쳐 논의가 겉돌자 국방부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잽싸게 요청했다. 복무기간 단축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군 대신 법제처의 판단이라는 공신력 있는 결정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법제처가 국방부의 뒤통수를 때렸다. ‘국방장관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병역법19조를 근거로 법 개정 없이 장관이 복무기간 단축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적으로 명백한 책임을 떠안게 된 국방부는 이후 ‘정치적 결단’만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그로부터 1년 여 후, 이번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총대를 멨다. 복무기간을 아예 24개월로 되돌리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내심 쾌재를 부르면서도 행여 산통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런데도 “복무기간 연장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직속기구의 결정이라 국방부와는 상관없다”며 딴전이다. 땀은 흘리지 않고 열매만 따먹겠다는 얄팍한 심사다.
요즘은 인터넷에 입영일자를 치면 전역할 때까지 복무기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바로 나온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달아도 돈다’지만 그게 바로 군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마음이다. 오락가락 복무기간을 놓고 국방부가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사이 예비 병사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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