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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7일] 위장 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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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7일] 위장 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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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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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정부가 출범한 1993년은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의 후폭풍이 거셌던 한 해였다. 언론의 재산 검증을 통해 재산 공개는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장ㆍ차관, 국회의원, 법원ㆍ검찰 간부, 고위 공무원 중 아파트ㆍ땅 투기를 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지도층은 타락해 있었다. 집권당인 민주자유당만 해도 국회의장 등 소속 의원의 54%인 83명이 전국 방방곡곡 무연고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지만 허탈과 좌절에 빠진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그들이 즐겨 사용한 수법이 위장 전입이다. 실제 거주지는 옮기지 않은 채 주민등록상 주소만 바꾸는 것이다. 재개발 예정지로 자녀, 친인척의 주소지를 미리 옮겨 아파트 분양권을 받거나, 외지인 매입이 금지된 농경지를 사들였다 되팔아 한 몫 챙긴 경우가 흔했다. 심지어 이를 세금 회피성 편법 증여의 방도로 활용해 부를 대물림한 인사들도 상당수였다. 고위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입수한 개발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당연했다. 이에 비하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한 위장 전입은 애교에 속했다.

■ 그때나 지금이나 위장 전입은 불법 행위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위장 전입 등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해 법정에 선 사람은 759명에 달한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짧아(2007년 12월 이전 3년, 이후 5년) 위장 전입으로 고위 공직 진출이 좌절됐을 망정 처벌을 받은 지도층 인사는 드물다. 93년 재산 공개 파문의 효과 때문인지 부동산 투기용 위장 전입은 크게 줄었지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실천하려는 지도층의 위장 전입은 여전하다.

■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위장 전입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 발탁 및 검증 기준이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위장 전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인사 검증 과정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괜한 우려이길 바란다.

황상진 논설위원 za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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