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년만에 상업영화 복귀한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년만에 상업영화 복귀한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입력
2010.08.16 12:08
0 0

그가 돌아왔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만의 상업영화다. 복귀작 ‘악마를 보았다’는 처음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가 결국 청소년 관람 불가로 개봉, 극장가를 논란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혹평과 “복수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맞서며 15일까지 63만 7,481명이 극장을 찾았다. 나오는 작품마다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던 최민식의 명성에 어울린다. 논쟁적인 귀환으로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킨 그를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투박한 말투로 뜨겁게 말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5년 전 그대로였다. 오래도록 충무로를 떠나 있었지만 최민식은 역시나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은 “아름다운 영화로 짠하고 등장했어야 하는데 이거 잡놈으로 나타나서….” 라고 말꼬리를 살짝 내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의 몸을 빌린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은 충무로 사상 첫 손가락에 꼽아도 될, 뼈 속까지 악으로 가득 찬 듯한 악한이기 때문이다. 그는 “센 배역으로 복귀하려 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악마를 보았다’ 이전에 두 작품 출연을 준비하다 무산됐다. 누가 이런 미친 역할을 좋아하겠냐”고 반문했다.

오랜만의 복귀에 “발가락이 빠질 듯이 추워도 마냥 재미있어서 후배들과 장난치며 촬영했다”지만 피에 굶주린 연쇄살인마 연기는 고역이었다. “촬영 기간 5개월 동안 피칠갑을 하며 살았더니 빨간 색이 싫어졌고, 고기도 먹고 싶지 않아졌다. 월드컵도 정말 붉은 악마가 되어 응원했다”고 그는 말했다.

“시체를 토막 내고 물청소를 하는 장면을 찍을 땐 식용색소로 만든 피에서 피비린내가 훅 끼치는 듯해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가짜 시체를 자를 때도 끔찍했다. 눈 뜨면 죽이고 눈 뜨면 패고 또 눈 뜨면 (경철에게 복수하려는) 수현(이병헌)에게 얻어터졌다. 몸이 힘든데다 정서적으로 괴로웠다.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피로감을 느꼈다.”

“그동안 왜 충무로를 멀리했냐”고 묻자 그는 “(대중들이) 나를 싫어해서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 중 문화훈장을 반납한 일과 대부업체 광고 출연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이 그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그는 2007년 연극 ‘필로우맨’와 2009년 예술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만 출연하며 대중과 거리를 두었다. 그는 “그냥 내가 (영화 출연을) 하기 싫었다. 좀 떠나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도 다니며 나를 돌아본 시간이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술 마시고 토론하고 싸우면서 보냈다. 돈 주고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내 행동에 대해 후회는 않지만 반성은 했다.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했어야 하는데 마치 술집에서 행동하듯 해 대중들을 많이 화나게 한 듯하다. 물론 나도 몇날며칠을 술로 보내며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 5년의 시간이 농익어 나에게 제대로 흡수된 듯하다. 배터리가 충전된 느낌, 뭔가 용량이 커진 듯한 기분이다.”

그는 “이번 영화의 연기는 좀 뻑뻑한 느낌도 있었지만 몸은 제대로 풀었다. 이제 준비가 다 된 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동적으로 시나리오만 받아 읽고 출연작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지운 감독에게 ‘악마를 보았다’ 연출 제의도 내가 했다. 제작자와 투자자들을 만나서 공격적으로 기획해 영화를 만들어내려 한다. 나 하나 뛰어들어 요즘 어려운 한국영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더 많은 친구와 후배와 선배를 만나려 한다. 이제 신명나게 같이 놀아볼 생각이다. 앞으로 다 죽었어!”

최민식은 “늘 하던 인터뷰마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아, 이제 내가 드디어 새로 시작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마냥 좋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