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의 정확성과 객관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국내 신용평가사가 국제 수준에 비해 훨씬 허술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온정주의적 행태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16일 내놓은 ‘신용등급의 논리’라는 보고서에서 “신용평가에 대한 시장 신뢰가 2006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평가회사가 뒷북을 치는 등 신용등급 결정이 시장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평사 신뢰 추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느슨한 잣대’가 꼽혔다. 특히 글로벌 신용평가와 비교해 국내 신용등급에 거품(버블)이 끼어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로 국내에서 최고등급 ‘AAA’평가를 받은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선 대개 서너 단계 낮은 ‘A+’~‘A-’등급을 받는데 그치고, 국내에서 ‘AA+’등급을 받는 기업이 해외에서는 ‘BBB-’로 간신히 투자적격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윤영환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국내 신평사간 등급 차이는 단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내 업체가 유사시 정부 지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반영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대한 평가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내 신평사들이 엄격한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면 시장과 기업의 리스크관리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평사의 기업 온정주의도 신뢰를 갉아먹은 요인으로 꼽혔다.
인수ㆍ합병(M&A)이나 기업 분할에 따라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사전에 등급을 낮추기보다는 실제로 자금사정이 악화한 뒤에야 사후적으로 등급을 조정하는 ‘뒷북 평가’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등급 하향조정이 고객 기업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해 신평사가 제대로 된 평가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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