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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美-中 '힘의 균형' 재편성…한반도 주변 긴장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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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美-中 '힘의 균형' 재편성…한반도 주변 긴장 파도

입력
2010.08.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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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제해권을 둘러싼 충돌에 이어 서해상에서 16일부터 시작된 2주간의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훈련 등으로 다시 고조된 군사갈등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이미 9월 서해에서 열릴 한미연합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참가를 예고했다. 중국은 최근 서해와 동ㆍ남중국해 등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서해에 항공모함이 들어올 경우 항모 킬러인 둥펑(東風)21 미사일 시험발사하는 맞불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현재의 상황은 바다를 무대로 삼아 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내연해온 미중간 각축이 한반도 안보위기를 계기로 겉으로 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긴장감 고조되는 서해갈등

중국은 왜 서해에 예민한가. 역사적으로 서해를 포함한 동중국해는 중국이라는 대륙세력과 미국이라는 해양세력이 대립각을 세웠던 곳이다. 아편전쟁 이후 88차례 걸친 중국에 대한 해양세력의 공세는 이 해역을 통해 이뤄졌다. 중국이 9월 미 항모가 참여할 한미연합훈련에 민감해 하는 것은 그 만큼 이 해역이 중국의 동북아 주도권이 걸린 전략적 이해의 핵심요충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중 갈등은 동북아의 기본 세력구도인 중국의 확장세(勢)와 미국의 방어벽이 대치, 전략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중국은 서해상의 한미연합훈련에 수 차례 반대 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서해훈련에 항모 파견을 결정하자 내심 당황하고 있다” 며 “이미 거듭 강경대응을 공언해온 중국은 오히려 대응전략 수립에 탄력을 잃고 있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중국 지도부는 미 항모의 서해 진입시 대응에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며 “들끓는 국내여론과 미국의 추가 움직임 등을 고려해 대응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대응수위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미국의‘아시아판 나토’구상 현실화할 것인가.

미국은 최근 베트남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개입의사를 분명히 했고 필리핀과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주변국들을 끌어안으며 세력연대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9월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항공모함을 파견키로 결정한 것을 보면 미국은 아시아지역 세력구도에‘미국의 컴백’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를 형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판 나토’의 개념은 인도의 한 학자가 7년전 제기한 것으로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최대한 안보차원에서 공조, 중국을 멀리하게 해 고립시키는 구상이다. 환추시보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편에 서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베트남이 지금은 미국편에 섰지만 베트남이 계속 미국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간 패권 갈등 앞길 험난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중간 패권경쟁은 앞으로 더욱 험난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세계 수퍼파워인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며 이 지역에서 전략적인 포석을 해 나가고 있다. 환추시보는 15일 홍콩 언론과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 외교에서 ‘조심하면서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는 끝이 났고 기세가 등등하다는 뜻의 ‘돌돌핀입(咄咄逼人)의 시대로 전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도 전세계적 전략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확대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의 세싸움에 한반도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 美 항모 전단 중국엔 눈엣가시

최근 미중 갈등 국면의 중심에 선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였다. 중국은 막강한 재래식 전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미국 항공모함 출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항모는 축구장 3배 넓이의 비행갑판을 보유하고 전투기, 조기경보기 등 60여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이지스함, 순양함, 구축함 등으로 구성되는 항모 전단은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을 손쉽게 제압할 전력을 지닌다.

중국도 대규모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의 실전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 척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항모(총 11척)야말로 중국을 주늑들게 하는 미국의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중국은 수십 년 간 이 항모 때문에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속수무책이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발행하는 시사지 환구인물(環球人物)은 ‘미국 항모와의 교전 60년’ 제목의 기사에서 1949년 신중국 성립 이래 강력한 항모 전단을 보유한 미 태평양 7함대가 연해의 미국 군사기지로서 미국이 중국을 위협하는 중요한 수단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94년 미 항모 키티호크호가 서해에서 중국 잠수함과 맞닥뜨리면서 양국이 군사충돌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특히 과거 수 차례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미 항모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제지하곤 했다. 대만 문제뿐 아니라 남중국해 등으로 제해권을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미 항모가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항모 보유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이 현재 항모 건조 계획을 세웠거나 건조에 착수했다는 설들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미 항모에 대응하기 위해 항모 킬러인 둥펑(東風)-21C 미사일을 지난해 개발한 데 이어 둥펑-21D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위안화 갈등… 무역역조… 美-中 경제전쟁도 가시권

슈퍼파워 미국의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은 상대적 성장을 유지하면서 미중간 경제전선도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환율, 무역역조 등 많은 영역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의 고민거리가 돼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1일 미국의 6월 무역적자는 전월 대비 19% 증가한 499억달러로 예상을 뛰어넘어 최근 20개월 사이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폭 확대는 연방 정부의 추가 부양책 마련에 부담이 되는데, 특히 대 중국 수입의존도가 커지면서 무역적자 확대를 불러오고 있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중국의 7월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38.1% 늘어난 1,455억달러, 무역흑자는 170% 급증해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적자 감축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은 틈만 나면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은 6월 이후 환율 변동폭을 유연화해 소폭의 위안화 절상을 허용했지만 미국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갈등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1일 미 상원 보고에서 "위안화가 10~30% 가량 절하돼 있어 중국 수출업체들이 사실상 보조금을 받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통해 글로벌 무역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미 국채도 잠재적 대미 위협요소다. 5월 현재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8,677억달러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다. 중국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넘는다. 특히 2월 이후 미 국채 보유를 늘리던 중국은 4월(9,002억달러) 이후 한 달 간 325억달러어치를 팔아 치웠다. 대신 일본 국채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이 미 국채를 한꺼번에 내다 팔 경우 미국 재정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최대 채권국인 중국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긴 하지만 대미 압박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초 중미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중국에서는 미 국채를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 국채를 핵무기처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역으로 미 국채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경우 그 위력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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