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모스크 건설 추진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번지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슬람 라마단(금식월) 축하만찬에서 “무슬림도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다”며 모스크 건설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15일 “소통단절” “무책임한 본색을 다시 드러낸 것”이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공화당은 모스크 건설 문제를 종교적 논쟁에서 벗어나 오바마 대통령의 ‘민심과 유리된 인식’의 단면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취임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오바마 대통령의 친 이슬람 정서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오바마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종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며 “대통령은 미국의 주류와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70% 가까이가 반대하는 모스크 건설을 찬성하는 것은 “행정부와 서민 사이의 소통 부족을 드러낸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문제 삼았다. 이슬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심리, ‘학자연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들춰내는 호재로 삼아 대통령의 자질 자체에 흠집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다음날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얘기한 것이지, 모스크 건립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다”며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을 놓고도 공화당의 맹공이 이어졌다. 피터 킹 하원의원은 “헌법의 문제에 관한 것에 하루 꼴로 말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며 ‘양다리’ 걸치는 듯한 태도를 비판했고, 에드 길레스피 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종교의 자유를 무슬림에는 부인하는 듯한 태도는 유권자들에게 생색을 내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도 경제 위기 등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가 넘쳐나는 와중에 이슬람에 대한 종교논쟁이 불거지는 것은 전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14일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종교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지키는 책임을 거론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종교의 자유’와 ‘유권자들의 정서’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다”며 “모스크 건립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또 하나의 부담이 됐다”고 보도했다.
황유석기자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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