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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16일] 어머니의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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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8월 16일] 어머니의 8·15

입력
2010.08.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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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도쿄에서 태어났다. 폭격이 심해지자 도쿄 인근의 시골마을로 피신했다. 그곳에서 소학교 2학년까지 다녔다. 교실도 없이 산 속에서 수업을 받았다. 외가는 해방이 되자 즉시 귀국선을 탔다. 고향 함안으로 돌아왔다. 외가는 일본에서 모두 8남매를 낳아 3명의 자식을 묻고 왔다.

고향에서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함안에서 다시 국민학교 2학년까지 다녔다. 우리말을 하지 못해 '쪽바리'란 소리에 마음상처가 컸다. 그 2년 동안 일본말과 글도 버리고 우리말을 익혔다. 외가는 굶주림에 참지 못해 다시 삼천포에서 일본으로 밀항을 했다. 어느 섬에 배가 닿았다.

작은 배에 옮겨 타고 어머니와 사촌 오빠 둘이서 맨 처음 상륙하는데 횃불을 들고 나타난 일본인들에게 잡혔다. 수용소에 수감됐다. 수용소에서 탈출이 빈번해 모두 바다 위의 배로 끌려갔다. 해상에 수감된 한국인들이 콜레라로 죽어나갔다. 죽은 사람은 바다로 던져져 버렸다.

겨우 열 살 소녀였던 어머니는 바닥이 쩔쩔 끓는 해상감옥과 굶주림, 콜레라에서 살아나 삼천포로 돌아왔다. 같이 수감됐던 사람들 얼마 돌아오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나왔던 가족과 피눈물의 상봉이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채, 입고 갔던 여름옷 차림으로 초겨울에 돌아온 어머니의 8ㆍ15는 그것으로 끝났다. 광복절 아침에 어머니의 8ㆍ15를 청해 듣다 결국 어머니를 울린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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