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3일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군기반장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7ㆍ28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지도부 사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몇 가지 난관이 있으나 잘 조정해 전대를 치러야 할 의무가 비대위 대표에게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정부의 4대강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공사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한부이긴 하지만 사실상 '원톱'으로 당 운영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당내 각 계파로부터 나오는 견제의 시선을 의식한 듯 "독주할 생각도 없고, 독주가 허용될 민주당도 아니다"고 거듭 중립적 입장을 강조했다. 14일 취임 100일을 맞는 그는 그간의 여야 관계에 대해 "충돌보단 대화와 타협을 앞세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으면.
"첫 데뷔무대인 6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법, 스폰서검사 특검법, 천안함 규탄결의안, 집시법 등을 충돌없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잘 협의해서 처리한 것이 성과이다. 일자리문제를 비롯한 민생문제, 남북관계, 외교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국회에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4대강 사업 논란의 해법은.
"시기를 조정하면 예산이 조정된다. 그러면 민생문제가 풀릴 여지가 생긴다. 그래야 (민주당도) 보와 준설 문제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민주당의 각오는.
"이명박정부에는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3대 필수과목이 있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셋 중의 하나는 해야 한다. 도덕성, 자질, 정책비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
-청문회 개최일자가 23일에 대부분 몰려 관심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는 날짜를 당겨서 10여개 청문회를 적절하게 분배를 하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됐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상임위마다 청문회 날짜를 최대한 늦추면서 빚어진 일이다. 그래서 운영위라도 청문회를 26일로 늦추려고 하는데,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고 있다."
-당초 정세균 대표 잔류를 주장하다가 2일 밤 당 지도부 총사퇴 쪽으로 입장을 바꾼 배경이 궁금하다.
"정 대표의 사퇴 표명을 언론과 국민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었고, 전대준비위 구성을 둘러싼 비주류의 불만도 표출됐다. 어차피 사퇴키로 한 것인 만큼 당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빨리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전대 일정(10월3일)이 너무 늦춰진 것 아닌가.
"비대위 대표 임기를 1,2주일 연기해서 내가 영원히 대표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전대 날짜 잡아놓고 못 지키면 당원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나."
-전대준비위 인선과 조직강화특위 위원 교체를 놓고 잡음이 많다.
"전대준비위는 일부 위원이 사퇴했지만 분과위원회별로 활동을 시작했다. 조강특위 문제도 일부 위원 교체를 하기로 하면서 거의 정리가 됐다. 전대 때는 정당이 싸움이 나서 곧 망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벼랑 끝까지 가진 않는다. 나부터 입은 닫고 귀는 열고 결정은 잔인하게 할 것이다."
-당 정체성이 좀 더 진보 쪽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요즘 진보가 자연스럽게 회자되는데, 과거에는 진보라는 말조차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이게 10년 민주정부의 성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주당이 진보를 표방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민주주의, 서민경제, 평화통일 등 반세기 전의 창당 이념과 10년 민주정부의 위업을 21세기에 맞게 보완하는 식이어야 한다."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 대응은.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DJ 비서실장 박지원'에서 '정치인 박지원'으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있는데.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서 역사적ㆍ정치적 평가가 충분하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내가 장관을 하겠나, 도로공사 사장을 하겠나. 그저 국민에게 좋은 정치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저도 그런 얘긴 많이 듣고 있다. 하지만 궁금하다고 해서 다 궁금증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최선을 다해 민주당 재집권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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