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의 시립 중앙도서관은 노란색 굵은 파이프가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는 독특한 외관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건물이다. 내부는 구조와 분위기가 한국 도서관과 크게 다르다. 지상 7층의 이 건물에서 각 층은 막힘 없이 탁 트인 하나의 홀이다. 서가 주위에 책상과 의자, 소파 등이 자유롭게 놓여 있을 뿐 분리된 열람실이나 칸막이는 없다. 맨 꼭대기층에만 개인 스터디룸과 소모임 방이 있다.
도서관 내부 공간의 이러한 개방성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가구들과 어울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 모양과 색상은 이 나라 출신 화가 몬드리안의 색면 분할을 연상시킨다. 주 조명은 천장에 늘어진 갓을 씌운 전등들인데, 부드러운 노란 빛이 허공에 동실동실 뜬 작은 구름들 같다. 똑같은 모양의 책걸상을 줄지어 배치한, 한국 도서관의 딱딱한 풍경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일 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상영, 연극과 콘서트, 각종 모임과 행사도 하는 170여석의 작은 극장을 비롯해 맨 아래층에는 디스코테크,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어 시민들과 더욱 가깝다.
한국의 도서관도 이렇게 근사한 곳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로테르담 근교 스피캐니세에 짓고 있는 ‘책의 산’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은 더욱 부럽다. 피라미드형 유리 건물 안에 계단식 서가를 배치해 멀리 밖에서도 ‘책으로 쌓은 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계단을 따라 책의 산을 오르며 책을 뽑아보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멋지다. 2011년 9월 완공 예정이다. 그때쯤이면 한국에도 자랑할 만한 멋진 도서관이 생길 거라는 소식을 듣고 싶다.
로테르담=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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