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슈퍼 리치 스토리] 아만시오 오르테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슈퍼 리치 스토리] 아만시오 오르테가

입력
2010.08.13 12:05
0 0

이제 ‘자라(ZARA)’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동복부터 성인 남녀의류까지, 굳이 분류한다면 중저가 브랜드이지만 매장위치나 분위기나 디자인이나 ‘싸구려’냄새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라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라 브랜드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것은 지난 2008년. 서울 명동에 매장을 내면서 부터다. 하지만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등 전세계 패션 중심지의 목 좋은 곳은 이미 1990년대에 접수했다. 현재 자라 매장은 세계 76개국 1,422개.

‘패션 왕국’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패션기업의 역사는 1975년 스페인 북서부의 가난한 지역 갈리시아에서 셔츠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남자가 연 옷 가게에서 시작됐다. 그는 2010년 포브스 집계 세계 9번째 부자(250억 달러)이자 스페인 최대의 부호, 아만시오 오르테가(74)다. 패션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275억 달러) 회장 다음으로 부자다.

패스트 패션이 가져다 준 빠른 성공

오르테가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 스페인 레온에서 태어난 그는 철도 노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녔고, 13세 때는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 했다. 무급 견습직원으로 시작해 15년간 옷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오르테가는 63년 의류 제조업체(Confecciones Goa)를 차려 직접 원단을 구입해 제작한 옷을 팔았다. 중개상을 뺀 직접 거래로 옷 가격을 내리고 시간도 단축하는 그의 전략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속도 제일주의’는 75년 설립된 자라의 성공 열쇠가 된다.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모든 과정을 직접 맡아 비용과 생산시간을 줄였다. 자라의 새 상품이 디자인돼 매장까지 배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주. 다른 의류업체들은 최장 6개월까지 걸리는 과정이다. 자라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빠른 배송을 위해 여전히 60% 넘는 제품을 유럽에서 생산하고 모든 제품은 비행기로 보내 세계 어디든 48시간 내에 도착하도록 한다.

이 같은 속도전략은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따라간다’는 자라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즉 다른 브랜드들은 계절에 앞서 미리 옷을 만들지만, 자라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유행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이 나오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나온 신상품만 2만여점. 자라는 이렇게 옷이 패스트 푸드처럼 순식간에 완성되고 판매되는 것을 일컫는 ‘패스트 패션’의 효시가 된다.

자라의 왕성한 생산력은 한편으로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1~3분기) 1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매장 수를 계속 늘려가는 것은, 최신 유행 옷을 싸고 빠르게 살 수 있는 자라에 고객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 하나의 원칙, 평범함

오르테가가 85년 세운 패션유통업체 인디텍스(Inditex) 그룹은 자라를 비롯해 캐주얼복 풀앤베어(Pull&Bear), 속옷 브랜드 오이쇼(Oysho) 등 8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 매장만 4,700여개에 달한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인디텍스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르테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길을 걸어가는데도 스페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 그는 자라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1990년대 후반까지도 자신의 사진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언론 인터뷰는 일체 하지 않는다. 주주총회는 물론 사교 모임에도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

그의 모습이 포착되는 경우는, 경마장에서 승마선수인 셋째 딸의 경기를 보거나 그가 열렬한 팬이면서 구단주로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경기를 볼 때가 유일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업체 회장임에도 넥타이를 맨 것은 결혼식 때 뿐이었을 만큼 수수한 차림을 좋아해, 그를 알아보기는 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며 계속 중간계층 사고 방식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또 자신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그는 자라와 인디텍스 그룹의 성공이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비춰지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나도 그 중 한 명일 뿐이다.”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다음 주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를 소개합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