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대형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 모스크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캘리포니아, 조지아, 플로리다 등 각지에서 설립이 예정됐거나 추진중인 이슬람 관련 센터가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있고, 일부에서는 반이슬람 정서에 편승한 적대행위가 기승을 부릴 조짐마저 보인다.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을 계기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이번 논란은 이민자와 소수종교에 대한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로리다의 한 기독교 단체는 다음달 9ㆍ11 기념일에 맞춰‘코란을 불태우자’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 단체는 건물 앞에 ‘이슬람은 악마’라는 팻말을 세워 무슬림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뉴욕에서는 대형버스들이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받는 사진과 함께 “왜 거기에 모스크를 짓는가’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건 채 운행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표심을 노린 공화당 인사들이 모스크 건립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은 “무슬림이 미국에 ‘샤리아’(이슬람율법)를 적용하려 한다”며 ‘자유에 대한 도덕적 위협”이라는 자극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고,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티 파티’와 함께 모스크 건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의 존 에스포시토 교수는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 문제가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분출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디서든 거리낌없이 ‘이슬람 반대’를 외친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뉴욕시 랜드마크 위원회(기념건축물 보존위원회)가 3일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15층 규모의 모스크 설립 계획을 승인하면서 촉발됐다. 이슬람측은 “종교간 화해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세력들은 “9ㆍ11 유가족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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