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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별세/ 패션 한국 세계에 수놓은 '국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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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별세/ 패션 한국 세계에 수놓은 '국민 디자이너'

입력
2010.08.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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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한국 패션계의 큰 별이 졌다. 12일 타계한 앙드레 김은 ‘남성 패션디자이너 1호’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패션계의 거장이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던 그는 연간 20회가 넘는 국내외 패션쇼를 하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패션에 대한 열정과 공로를 인정해 정부는 1977년 패션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수여했으며, 2000년 프랑스 정부는 예술문학훈장을 주었다. 사업가로서도 성공의 길을 걸었다.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앙드레 김은 어릴 시절에 일찌감치 패션디자이너 자질을 드러냈다. 한국전쟁이 발발해 피란갔던 부산에서 외국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가 입은 옷을 보면서 디자이너 꿈을 키웠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에서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를 보고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한영고를 졸업한 뒤 홀로 서울로 올라와 디자이너 최경자가 운영하는 양장점에서 일하면서 패션디자이너 꿈을 키워나갔다. 1961년 최경자가 국제복장학원을 세우자 1기생으로 입학했다. 이듬해 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 소공동에 ‘살롱 드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내고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앙드레라는 이름은 당시 주한 프랑스 외교관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면 부르기 쉬운 외국이름이 있어야 한다며 붙여준 것이다.

1966년에는 프랑스의상협회 초청으로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열어 ‘선경(仙境)의 마술’(르 피가로)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1968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특히 이집트 카이로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에서도 패션쇼를 열면서 한국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로 자리잡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바르셀로나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그가 연 패션쇼에는 당대 최고 연예인이 출연해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앙드레 김 무대에 서야 최고의 스타’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심은하와 이영애, 배용준, 장동건, 김희선, 최지우, 김태희, 이병헌 등 당대 최고 스타가 그의 무대에 올랐다. 이밖에 프로골프선수 박세리와 격투기스타 추성훈, 개그우먼 조혜련도 무대를 거쳐갔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브룩 실즈 등 해외 유명스타도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옷을 입을 정도였다.

앙드레 김은 패션뿐만 아니라 보석과 도자기, 속옷, 안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앙드레 김’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특허청에 등록된 앙드레 김 상표만도 아파트와 냉장고, 에어컨, 신용카드, 침구, 속옷, 자전거 등 17가지나 된다.

그는 1999년 정ㆍ관계를 뒤흔든 ‘옷로비 청문회’를 계기로 폐션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의 옷 매장에서 당시 검찰총장 부인, 장관 부인 등이 구입한 것으로 지목돼 국회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불려 나와 ‘김봉남’이란 본명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흰옷과 독특한 화장법, “판타스틱하다”는 말을 특유의 억양과 어투로 자주 쓰면서 개그소재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앙드레 김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성대묘사하는 것에 대해 “순간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를 희화화한 게 내 이미지에 전혀 마이너스가 안 됐다”며 대인의 면모를 보였다. 흰옷을 입고 새까맣게 머리 염색하고 이마 윗부분까지 까맣게 칠한 독특한 헤어스타일, 거의 흰색이 될 정도로 진하게 메이크업한 얼굴은 국민 가슴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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