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요리를 하니까 그렇게 안 먹던 아이가 달라졌어요. 식재료도 유기농으로 완전히 바꿨죠. 결과적으로 건강해지고, 키도 부쩍 크고, 성격도 차분해지더라고요. 유기농, 인공첨가물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먹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드라마 ‘식객’, 요리쇼 ‘대결! 스타셰프’ 등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요리감각을 보인 탤런트 권오중(39)씨. 그가 한식과 양식 조리사자격증을 따고, 한국호텔경영전문학교 겸임교수까지 오게 된 것이 단순히 드라마로 인한 관심은 아니었다. 병약한 아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일으킨 식탁혁명의 산물이었다.
“아들 혁준(12)이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피검사를 해보면 간기능수치 등이 아주 안 좋았어요. 산만하고 떼도 많았죠. 그런데 의사가 먹는 게 문제라는 거에요. 그래서 완전히 자연주의 식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3년 전입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인공감미료, 첨가물,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를 모두 끊었다. 유기농 전문점에서 식재료를 사고,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집에서 만든 간식을 들려보냈다. 피하는 식재료인 정제밀가루로 만든 스파게티가 학교급식으로 나오는 날은 쌀국수 스파게티를 싸주었다. 부모의 태도가 확고한 것을 눈치채자 아들은 더 이상 조르기를 포기하고 오히려 친구들이 준 과자를 ‘자진 반납’했다. “아빠, 왜 집에서는 드라마처럼 안 해?”라는 아들의 말에 셰프복까지 갖춰입고 요리를 하자, 아들은 거짓말처럼 채소와 해산물 든 요리를 먹어치웠다. 이제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집에서 앞치마를 두른다.
더구나 요리는 알수록 빠져드는 세계였다. 방송을 통해 만나 친구가 된 요리사 에드워드 권의 권유로 조리사 자격증도 따면서 재료를 섞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최근 권오중이 쓴 책 (시드페이퍼 발행ㆍ1만3,000원)에는 아들에 얽힌 사연과 함께, 아이의 입맛과 건강을 만족시키는 32개 메뉴가 소개돼 있다. 이 중 만들기도 쉽고 아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꼽는다면 마른 한치와 김을 넣은 한치주먹밥, 자연스럽게 채소 먹기를 유도한 쇠고기채소말이다. 불고기와 오이소박이를 넣고 비빈 불고기 김치 소면, 밀가루 도우 대신 호박과 가지 위에 토핑을 얹은 그리스식 호박 가지 피자는 권오중이 본능적으로 ‘섞기 감각’을 발휘한 메뉴들.
“특히 아버지가 해 주는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아빠와의 교감이 커지고, 나중에 커서도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을 기억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이게 건강식이지 하는 생각, 그리고 아버지 생각을 하겠죠?”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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