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를 기증했다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보도(한국일보 12일자 8면)는 우리가 얼마나 부끄러운 사회에서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장기 기증은 그 대상이 가까운 가족ㆍ친지든 생면부지의 타인이든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행하기 어려운 소중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러한 행위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보은은 못해줄지언정 거꾸로 차별과 불이익 피해를 주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다.
신장과 간을 각각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웃에게 떼어 주었던 사람이 수술후유증으로 고생하다 해당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사과는커녕 장기를 기증한 것이 잘못인 양 취급하여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신장을 기증했던 한 여성은 이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가입하려다 그 이유 때문에 거절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준 청년은 힘든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 직장이 병원이었다니 믿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연간 1만5,000여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는 3,0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환자는 장기 이식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달 서울 잠실대교 위에서 30대 남성이 누군가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줄 것을 호소하며 자살소동을 벌였던 일이 있다. 장기 이식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환자의 절박한 상황을 일부나마 보여준 사건이었다.
수년 전부터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7월엔 한국 기독교가 주최한 '2010 전국생명대회'가 열려 개신교와 성공회 불교 유교 천도교 등 모든 종교단체가 함께 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계기로 장기 기증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내년 6월부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지만 기증자에 대한 차별금지 정도가 고작이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최소한의 사회ㆍ경제적 배려는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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