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사 단행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2007년 12월3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사면이고 ‘유권무죄, 무권유죄’인 셈 ”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2008년 8월 이 대통령이 첫 특사를 단행하자 민주당 대변인도 “무원칙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사면”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용서와 관용의 결단”이라고 말하는 등 찬양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여야 모두의 행태는 ‘차를 운전할 때는 행인이 횡단보도를 늦게 건넌다고 욕하고, 자기가 건널 때는 크랙션을 울리는 운전수를 욕하는 격’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번 8ㆍ15 특사를 앞두고 보여주는 여야의 행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계파 좌장 격이었던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의 사면을 연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기 계파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그렇지만 민주당도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 사면 얘기에 입을 다물고 암묵적으로 찬성하는 등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민주당은 12일 영동대 교비 횡령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사면 문제를 제기했으나 삼성그룹 간부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당이 주도했던 특검 기소자인 해당그룹 고위경영자를 사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고 입을 닫고 있다.
13일 사면 발표가 이뤄지면 여야는 아마 사면의 정당성과 부당성에 대해 갖가지 논리를 끌어다 한마디 할 것이다. 하지만 힘 있고 배경 있는 범법자 위주로 사면되는 현실에서 법의 엄정함이 과연 존중되겠는가. 국민 눈에는 정치권의 자기 합리화로 비칠 뿐이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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