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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 스포츠 아직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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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 스포츠 아직 갈길 멀다

입력
2010.08.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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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제 무대에서의 스포츠 쾌거가 잇따르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빛 신화에 이어 남자육상 100m 한국신기록 작성,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여자청소년월드컵 3위 등 빛나는 활약에 우리 국민들은 싱글벙글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퀸 김연아의 금메달은 예상됐었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금빛 질주는 망외의 소득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쇼트트랙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젊은 피들의 선전은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6월에는 남아공에서 승전보가 날아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처음으로 원정대회에서 16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한일월드컵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뤄내긴 했지만 원정대회에서 그것도 국내 지도자의 손으로 걷어 올린 첫 승과 16강 진출은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여자청소년대표팀이 지소연을 앞세워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오르며 한국 축구사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6월 초에는 31년 묵은 한국 육상 남자 100m의 기록이 깨지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대 스프린터 김국영이 예선과 준결승에서 10초 31과 10초 23을 기록하며 두 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대한육상연맹이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고 독려했지만 10초 34의 기록은 난공불락이었다. 남자 100m는 이제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우사인 볼트가 보유한 세계기록 9초 58과는 격차가 있는데다 10초 벽을 깨야 하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수십 명의 태극낭자들이 정상을 다투고 있고 야구와 축구는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한국의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조금만 눈을 옆으로 돌려보면 한국 스포츠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얼마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운동부 기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웅비하는 한국 스포츠계를 심층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 스포츠계에는 한국이 이미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듯 했다.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의 김연아가 큰 영향을 끼친 듯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박태환과 김연아등이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의해 장기적으로 키워낸 선수가 아니라는 점때문이다. 한국이 극소수의 엘리트 선수에 의존하고 있다면 일본은 아사다 마오 외에도 안도 미키 등 세계 정상급 선수가 즐비하고, 수영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 그럼에도 일본 스포츠계의 침체를 우려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국내 관계자들도 곰곰히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1970년대 미국 소련과 어깨를 견줄만 했던 일본 스포츠의 위상이 중국의 등장과 함께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체조와 배구 등에서 세계정상에 군림했던 일본은 이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의 경우 88 서울올림픽때 정상에 올랐던 여자 핸드볼이나 하키는 세계 정상권과 멀어졌고, 농구 배구는 국내용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엘리트 선수로 입문하는 자원들이 장래성이나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있는 축구 야구 골프에만 편중되다 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한국이 중국, 일본과 3강을 다투겠지만 현재의 위상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음지 종목에 대한 햇볕정책이 절실하다. 투자 없이는 달콤한 열매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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