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배가 고파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천년 후에도 내 물건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일했죠."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명장 21명 가운데 칠기분야 명장으로 선정된 권영진(51)씨의 수상 소감이다. 강원 원주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그는 1971년 상경해 큰집에서 머물며 답십리 칠기공장에서 처음 옻칠을 접했다. 1981년 경기 남양주시 공방에서 본격적으로 옻칠을 시작한 권씨는 85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113호) 정수화를 사사하면서 칠기에 눈을 떴다. 옻이 올라 온몸이 부었고, 양쪽 어깨가 탈골 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후 40년간 한 우물을 판 그는 서울 조계사 불상과 명동성당 십자가 칠을 맡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또 옻칠 혼합기로 특허를 취득하는가 하면, 옻칠 전용 수공구 5종 세트도 개발했다. "배운 게 억울해 그만 둘 수가 없었죠. 끝까지 가서 '장이'가 돼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 권씨지만 고되고 지난한 옻칠 작업을 하느라 그의 손은 거칠고 군데군데 갈라져 있다. 그는 그래도 "좋은 선생님 만나 편하게 여기까지 왔다"며 20대 딸과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맥을 잇고 있다. 뚝심 있게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산업인력공단은 내달 1일 '직업능력의 달' 행사에서 권씨를 포함해 20년 이상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명장 21명에게 명장증서와 휘장을 수여한다. 이들 명장에게는 일시장려금 2,000만원과 매년 기능장려금(95만~285만원)이 별도 지급되며, 해외 산업시찰 등 각종 특전이 주어진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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