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사무소에서 녹색 자전거 세 대가 줄지어 자전거도로 위로 질주를 시작했다. 상암동 주민인 대학생 양인영(24)씨와 황민아(24)씨가 앞에서 선도했고, 그 뒤를 취재기자가 따라갔다. 미디어단지 옆 차로 가장자리에 마련된 전용자전거도로를 달리다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여기서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기는가’ 했더니 횡단보도 양쪽 끝에 선명하게 자전거도로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안전하게 길을 건너 상암DMC랜드마크 빌딩 공사부지 쪽으로 진입하자 이번엔 자전거도로가 인도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양씨는 “상암동은 계획도시인데다 평지가 대부분이라 자전거를 타기 적합하고 전용도로도 끊김이 없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차로를 벗어나 난지천공원에 진입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맑은 공기와 꽃 냄새가 코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목조다리를 건너고 호수 주변을 돌다 보니 아기자기한 풍광에 취해 저절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원 안에도 전용 자전거도로가 깔려 있어 자동차나 행인과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황씨는 “공원이든 일반도로든 별 위험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암동 거주 대학생들이 한 달 동안 상암동 일대를 샅샅이 훑으며 자전거 관광코스를 발굴해 화제다. 6월 말부터 한 달간 동사무소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양씨와 황씨를 비롯해 신동현(19) 김광영(19) 오진아(19)씨 등 5명의 대학생들은 관광객의 입장에서 테마별로 다양한 자전거코스를 개발했다.
이들은 사방팔방으로 13.26㎞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닦여 있는 상암동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친환경과 첨단IT 등 두 가지 테마에 주목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관광을 한다는 개념을 도입해 잠시 머물 곳까지 소개했다. 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 월드컵공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자연순환테마전시관, 한강난지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친환경코스는 3~5시간이 소요된다. 월드컵경기장과 5개 공원으로 구성된 월드컵공원을 돌아볼 수 있으며, 시원한 한강 바람도 쐴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연인들은 하늘공원이나 평화공원, 난지캠핑장에 이르는 단거리 코스도 가 봄직하다고 이들은 추천했다.
미래도시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상암동 중심을 둘러볼 수 있는 첨단IT 코스가 적합하다. DMC홍보관을 출발해 첨단조형물인 ‘THEY’, 전시관인 디지털 파빌리온, 한국영화박물관, 아트펜스 등을 거치다 보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꾸준히 이어진다. 코스 이외에 대학생들이 주목한 곳은 동사무소와 월드컵파크 6단지 내 소공원에 자리잡은 자전거수리소. 이 곳에서 직접 자전거 수리와 세차 업무를 했다는 양씨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무료 제공돼 주민들이 자주 찾고 만족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선ㆍ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는 게 자전거 마니아들의 지적이다. 학생들은 “자전거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많다”, “개인이 구입하기 힘든 보호장구는 주민센터에서 대여해 줬으면 좋겠다”, “관광할 때 잠시 주차할 보관소와 잠금 장치가 부족하다”등 자신들이 겪은 사례들을 동사무소 측에 전달했다.
마포구는 학생들이 발굴한 자전거코스와 지적 사항들이 상암동을 자전거 관광벨트로 조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내달 10일 열리는 상암 자전거 축제에 학생들이 제시한 자전거코스를 따라 팸 투어를 실시하고, 미비점은 더욱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10월부터 상암동과 여의도 전철역 및 버스정류장, 교차로 일대 43곳에 보관소를 설치하고, 공공자전거 440대를 1년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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