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세 번째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이다. 르노-닛산이 마지막에 발을 빼는 바람에 김이 빠졌지만 쌍용차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회생기회를 잡은 셈이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 대우차에서 상하이차로 주인이 바뀌면서 '먹튀' 논란, 구조조정, 파업 등 온갖 파고를 겪은 끝에 얻은 기회다.
우선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는 게 급선무다. 유찰될 경우 기업가치가 급락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유찰될 경우, 쌍용차는 미아가 될 수 있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노사가 채권단과 힘을 합쳐 순조롭게 매각 작업이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는 12일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인도의 마힌드라그룹, 루이아그룹, 영안모자를 종합 평가한 끝에 마힌드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마힌드라로부터 입찰대금의 5%(약250억원 추정) 수준인 입찰이행 보증금을 받은 뒤 8월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입찰대금으로 마힌드라는 5,300억여 억원, 라이아와 영안모자 측은 3,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입찰금액 규모, 자금조달 계획, 경영능력, 고용승계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또 인도의 루이아그룹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우선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루이나측이 써낸 입찰 가격이 마힌드라와 큰 격차가 있어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결국 쌍용차는 마힌드라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이번 달 우선협상대상자의 확인 실사를 마친 뒤 10월 인수대금을 확정하고 11월께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마힌드라는 인수전 초기부터 삼성증권과 유럽계 로스차일드를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쌍용차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입찰에 응하기 전 파완 코엔카 사장이 20여명의 실사단을 이끌고 방한, 인수 가치를 꼼꼼히 따져 보기도 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능력에 눈독을 들이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마힌드라는 자체 SUV 브랜드인 스콜피오, 픽업차량 등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에 수출하려 했으나 일부 차종의 성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고민을 하던 차였다. 자금력은 비교적 풍부하다는 평가다. 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은 "그룹 측의 재무 상황이 양호하기 때문에 본 계약까지 난관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밀 실사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부채가 나타날 경우, 매각 작업은 암초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7,200억원에 이르는 쌍용차의 부채 상환 방법을 채권단과 합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채권단은 조기 상환을 요구하지만 마힌드라 그룹은 돈을 벌어 천천히 갚겠다는 입장이다.
또 상하이차에 대한 나쁜 기억도 걸림돌이다.'투자'보다는'기술 빼가기'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마힌드라가 완성차 업체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마힌드라는 중국 상하이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소위 '먹튀'는 우려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수에서 올해 출시 예정인 쌍용차의 신차 코란도C가 옛 코란도의 영광을 재현하고 수출에서 마힌드라 그룹의 자금력과 판매망을 활용해 분전한다면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 장기적으로 인도 내수를 향한 '디젤 경차'도 승부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르노-닛산의 불참에서 보듯이 쌍용차에게 매력을 갖는 선진업체는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윈-윈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마힌드라 그룹은
마힌드라 그룹은 인도 펀자브 지방을 대표하는 재벌로 자산규모 71억달러, 인도 재계 10위 수준이다. 올해 남아공 월드컵의 스폰서였던 마힌드라 사타얌(Mahidra Satayam)은 이 그룹의 정보 통신 계열사이고, 자동차 부문은 이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업종이다. 1945년부터 조립차를 만들어 왔고 인도 사정에 맞는 이륜차, 삼륜차, 농기계차량을 생산해 왔다. 인도 내수의 10%를 점유, 초저가차 ‘나노’로 유명한 타타그룹과 라이벌이다.
세단과 고급SUV 등‘제대로 된 차’를 생산하는 것이 이 그룹의 오랜 숙원이다. 1995년 포드, 2005년 르노와 각각 합작사를 세웠지만 갑을 관계에서 ‘을’의 설움을 맛본 경험이 있다. 2003년 쌍용차가 매각을 추진할 때도 마힌드라는 잠시 관심을 보였고 이번이 재수인 셈이다.
마힌드라 그룹은 최근 인도의 전기차 업체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와 정보통신을 그룹의 양대 축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수준 있는 완성차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번에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