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1월 비닐하우스 단지 밑을 통과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다 화재가 나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송유관을 운영하는 A사는 송유관 파손으로 기름이 유출돼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A사는 지방환경청으로부터 토양 오염을 복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제3자에 의해 송유관이 손괴되어 석유가 유출되더라도 송유관 운영자가 토양 오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도둑을 맞고도 다시 1억3,800만원을 들여 복구 작업을 벌여야만 했다. 도둑보다 도둑맞은 사람이 더 잘못인 꼴이다.
이동통신회사인 B사는 농어촌지역 주민의 휴대전화 통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용 전신주를 농지와 임야에 설치했다. 통신용 전신주 1개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만원. 그러나 이를 위해 농지전용허가 등 각종 인ㆍ허가엔 200여만원이 들었다. 이런 인ㆍ허가 비용이 지난해만 11억4,000만원이나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햄을 만드는 C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려고 마늘햄, 양파햄, 치즈햄 등을 개발했다. C사는 맛은 다르지만 주요 성분과 제조 방법이 비슷해 같은 생산라인에서 이들 햄을 생산했다. 그러나 축산물 가공품은 품목별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상 규정으로 인해 품질검사에만 연간 4억4,800만원을 지출했다. 유형별로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제가 바뀌면 절감할수 있는 비용이다.
서울에 위치한 D사의 LPG충전소는 30년전 신축 당시에는 준공업지역에 속했으나, 20년 전 충전소 주변에 주택들이 들어서며 일반 주거지역으로 변경된 후 시설이 낡아도 손을 전혀 쓸 수가 없다. 현행 국토계획법에서는 주거지역안에 있는 LPG충전소의 경우 시설 개축이나 보수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2일 이 같은 불합리한 규제 사례들을 모아 ‘2010년 기업활동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 보고서를 냈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9개 분야 182건의 규제를 개개선해 달라고 총리실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건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현장에 남아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되면 기업의 경영 여건이 향상돼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