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로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15년 전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기 신장을 기증한 데 이어 2004년에는 간까지 기증한 A(54)씨. 그는 얼마 전 자신의 간이식 수술을 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이달 25일 법정출석을 앞두고 있다.
그는 당초 수술 전 마취상태로 12시간 정도 있을 거라는 병원 쪽 얘기와 달리 실제 30시간 이상 마취상태에 있다 깨어났다. A씨는 "수술 후 온 몸이 계속 가려워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사과나 받고 싶어 병원 쪽에 이야기를 했는데, 마치 장기를 기증한 내가 잘못한 사람인양 취급 받아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자 중 상당수가 수술후유증은 물론, 사회의 인정과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차별과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의 몰이해로 인해 고용불안에 처하고, 보험가입을 거부 당하거나 혜택을 제한받는 차별관행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미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질병과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로부터 치료비를 받지 못한다.
2008년 6월 신부전증과 간경화를 앓던 남편 홍모(46)씨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 올해 초 보험에 가입하려던 김모(44)씨는 "기증 뒤 몇 개월 후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가입하려 했을 때도 그러더니 올해도 거부당해 정말 화가 났다"며 "할 수 없이 보험가입을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2008년 2월 모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간암에 걸린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후 결국 병원에서 권고사직까지 당한 정모(29)씨는 "가장 큰 문제가 이런 잘못된 관행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장기기증자에 대한 차별행위를 단속한다며 지난해 6월부터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각각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인터넷 카페 '한국간기증자협회'의 운영자 유모(45)씨는 "그간 홍보 자체가 없어 장기기증자들이 신고센터에 대해 모르기도 하거니와, 신고해도 센터가 어차피 보험업계 입장만 대변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져 있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회의적인 입장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험가입 등의 차별행위 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이 내년 6월 시행예정이지만 장기기증자들은 차별과 불이익을 막는 데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로서는 일이 잘못돼 보험금를 크게 내주느니 500만원의 과태료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게 낫다는 계산을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장기기증 단체는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기증절차 간소화와 생체자원 확보 등 장기기증 문화확산에만 주력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5년간 1,934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기증자들은 장기기증의 후유증을 제대로 알리고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직 간호사인 간 기증자 정씨는 "장기기증자들이 수술 이후 힘든 일이 부담이 돼 좀더 편한 일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런 부분까지 제대로 홍보하고 무료 정기 건강검진 제공과 취업가산점 부여 등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소정 팀장은 "장기 종류에 따라 수술 위험도 등이 모두 다르다"며 "운동본부는 2006년부터 장기 중 가장 이식이 쉬운 신장만을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관계자는 "장기이식도 일반적인 의료행위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며 "다른 의료행위에 대한 과실부분과 같이 의료분쟁조정법 등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이식외과 전문의는 "장기이식 중 간단한 편인 신장 같은 경우 장기기증자는 한 달 정도면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며 "간 기증자 경우 1~5% 정도 추가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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