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롯데-삼성전. 2-0으로 앞선 롯데의 3회말 공격 2사 1루에서 4번 타자 이대호(28)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5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한 이대호가 홈런을 보태면 이 부문 타이 기록을 작성하기 때문이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6경기 연속 대포를 쏘아 올렸다. 삼성 선발 배영수의 2구째 132㎞짜리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사직구장 백스크린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대형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시즌 35호 홈런을 가동한 이대호는 2위 그룹과의 격차를 9개로 벌리며 홈런왕을 예약했다.
특히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솔로홈런을 때린 이후 6경기에서 내리 아치를 그렸다. 5일엔 두산 임태훈, 6일 정재원(두산), 7일 안승민(한화)에 이어 8일에는 최고 투수 류현진(한화)까지 두들기며 신들린 듯한 홈런 행진을 계속했다. 이날까지 이대호가 기록한 6경기 연속 홈런은 프로야구사상 4차례만 나온 대기록. 이승엽과 찰스 스미스(이상 당시 삼성)가 99년 한 차례씩 기록했고, 2003년 SK 이호준이 작성했다. 12일 삼성전에서도 이대호가 홈런포를 가동한다면 프로야구의 홈런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ㆍ93년), 돈 매팅리(뉴욕 양키스ㆍ87년), 대일 롱(피츠버그ㆍ56년)이 작성한 8경기 연속 홈런이 최다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왕정치(요미우리ㆍ72년), 랜디 바스(한신ㆍ93년)의 7경기.
이대호는 또 8월 들어 첫 두 경기만 빼고 6개의 홈런을 몰아쳐 지난해 KIA 김상현과 이승엽이 삼성 시절 두 차례 갖고 있는 월간 최다 홈런(15개)에도 도전할 만한 기세다. 여기다 홈런 5개만 더 보태면 7년 만의 40홈런도 달성하게 된다.
롯데는 3회 터진 이대호와 전준우의 홈런포를 앞세워 8-2 완승을 거두며 삼성전 5연패도 탈출했다. 이날 5위 KIA도 청주에서 11-2 대승을 거두며 한화전 8연승을 이어갔다. 롯데와는 여전히 4게임차. KIA 김상현은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고, 선발 서재응은 2008년 복귀 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0이닝을 돌파하며 개인 최다승(6승)을 올렸다.
인천에서는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SK가 LG를 꺾고, 2위 삼성과의 승차를 7경기로 벌렸다. 김광현은 선발 6이닝 7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시즌 14승(4패)째를 수확하며 KIA 양현종과 다승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1위인 한화 류현진(15승)과도 1승 차로 끝까지 다승왕 경쟁도 알 수 없게 됐다. 3연패를 당한 6위 LG는 롯데와 6경기 차로 벌어지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9회말 김재호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을 5-4로 제압하고 2위 삼성에 1.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청주=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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