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리턴 매치’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전반을 마치자 대형 전광판에서 16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대한민국 축구와 고락을 함께 한 한 선수의 영상이 흘러 나왔다. 수 많은 관중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자신 역시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어느새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수문장 이운재(37ㆍ수원 삼성)가 지난 16년 동안 가슴에 달고 다녔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은퇴식이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이운재는 “그 동안 부족한 저에게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을 떠나지만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딸 윤아와 골키퍼 후배 정성룡 김영광도 떠나는 선배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아쉬움을 달랬다.
경희대 재학 중이던 1994년 3월 미국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운재는 16년간 태극 마크를 달며 ‘한국 축구의 수호신’으로 군림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한국 축구 영광과 함께 했다. 그러나 이운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성룡(성남)에 밀려 벤치를 지켰다. 그라운드에 단 1분도 오르지 못했다. ‘떠날 시기’를 직감한 이운재는 결국 ‘조광래호’출범과 함께 명예로운 퇴장을 선택했다.
나이지리아전은 이운재가 태극 마크를 달고 나서는 132번째 경기였다. 한국 축구 사상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135경기)에 이어 A매치 최다 출전 두 번째로 기록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명예롭게 골문을 지킨 이운재는 시종일관 수비진의 위치를 조정하고 쉴새 없이 몸을 날리며 마지막 무대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전반 26분 아쉽게도 프리킥에 이은 헤딩 골을 내주고 1분 뒤 정성룡과 교체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 팬들은 이운재를 연호하며 떠나는 ‘수호신’에게 아낌 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운재는 하프타임때 진행된 은퇴식에서 “매우 행복했다. 국가대표선수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뛰면서 행복했고, 팬 여러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수원=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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