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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 뚜껑 열어보니

입력
2010.08.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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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다. 편도 6만원, 왕복 12만원에 콸라룸푸르를 여행할 수 있다는 에어아시아의 국내 취항 기사였다. 김씨의 기대감은 에어아시아 홈페이지 접속 후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어찌된 일인지 편도 6만원짜리 항공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공사가 그에게 요구한 요금은 편도 19만5,000원. 김씨는“혹시나 하는 마음에 홈페이지를 찾았다가 기분만 나빠졌다”며 “속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11월 국내 취항을 선언하고 4일부터 영업을 개시한 에어아시아가 초반부터 이래저래 화제다. 에어아시아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인천-콸라룸푸르 노선 단 한 곳에서만 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러 편의 노선을 운행하는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액이 400억~6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업계에서는 인천-콸라룸푸르 편도 6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제시로 잠재적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과대 포장’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성토의 대상은 역시‘미끼 항공권’. 에어아시아가 간판 가격처럼 내세운 6만원짜리 항공권은 영업개시일인 4일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에어아시아는 수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5일 동안 판매된 전체 항공권이 8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수량은 아니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에어아시아는 9일부터 15일까지 9만5,000원짜리 편도 항공권을 추가 배정했지만 역시 한정 좌석이라 쉽게 손에 넣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용객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정상가격’은 얼마일까. 11일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반 항공권은 편도 19만5,000원이었다. 귀국편은 편도 24만원, 29만원으로 오히려 더 비쌌다. 결국 에어아시아의 일반 항공권은 세금 포함 40만~50만원 수준이라는 말이다. 물론, 세금 포함 왕복 60만~70만원 수준인 대한항공이나 말레이항공보다는 저렴하지만 6만원에 맞춰진 고객의 눈높이를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다. 업계에서는 “일반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크게 부족한 저가항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별성이 없는 가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은 다양한 경유편 보유라는 에어아시아의 매력도 감소시킨다.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30개 이상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콸라룸푸르에서만 20개국 64개 공항으로 이 업체의 항공편이 연결된다. 하지만, 콸라룸푸르행 가격이 높다면 다양한 경유편은 별 다른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제3국으로의 경유편 역시 주말 등 주요 이용시간대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황금시간대의 경우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해도 큰 차별성이 없다.

하지만, 이제 막 국제선 운행을 시작한 우리나라 저가항공사들에게 에어아시아는 분명 배워야 할 점이 많은 항공사다. 가장 큰 장점은 우리 항공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가격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중이나 비수기의 경우 항공권 가격은 급격히 낮아진다.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11월 중순, 주중에 콸라룸푸르를 거쳐 인도 뉴델리로 갈 경우 왕복 60만원 정도면 이용이 가능하고 호주 멜버른도 시기만 잘 선택하면 80만원대에 왕복할 수 있다.

유류할증료가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기내식 제공, 수하물 처리 등 전 과정에 별도의 요금을 받는다는 부분도 사업적 측면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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