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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원시대 연 국민연금, 거세지는 증시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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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원시대 연 국민연금, 거세지는 증시 파워

입력
2010.08.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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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증시에선 국민연금이 거의 매일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4일 단 하루만 주식을 내다팔았을 뿐 매일매일 주식을 순매수, 한 달간 무려 1조1,500여억원어치(연기금 전체)를 사들였다.

시장에선 이런 국민연금의 ‘공격적 투구’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보통 주가가 떨어질 때 떠받쳐주는 ‘구원투수형’이었는데, 이번엔 지수가 1,750대를 뚫고 1,800선을 향하는 상승국면에서 오히려 매수강도를 키우는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거인 국민연금

지난달 23일 국민연금은 기금규모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민연금이 증시에서 직접 또는 위탁투자로 보유한 주식총액(시가기준)도 43조원을 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시가총액의 4.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민간부문의 가장 큰 손은 미래에셋. 64개 자산운용사의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중 3분의1(31%)을 쥐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굴리는 지난달 말 기준 22조원. 국민연금에 비하면 절반 밖에는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야 말로 큰 손 중의 큰 손인 셈이다.

이런 국민연금이 올 들어 주식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7조원(시가 기준)이나 늘어났다.

물론 주식투자는 전체 국민연금 자산에서 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굴리다 보니 수익성 보다는 역시 안정성이 먼저일 수 밖에 없고, 때문에 주로 국내채권(70.3%)투자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이미 전체 발행액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어, 더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기금규모가 매달 3조원 이상씩 불어나고 있다. 1,800만 연금가입자로부터 들어오는 연금보험료에 각종 투자수익까지, 돈이 넘쳐나는 형국이다. 3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은 이제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연기금이 됐다. 그 유명한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보다도 몸집이 더 커졌다.

힘과 한계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주식투자규모를 더 늘려간다는 계획. 기금규모가 불어남에 따라 채권쪽 의존도를 줄이고 주식 및 해외투자 쪽으로 돈을 돌리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올해 16.6%에서 내년 18.0%로 늘어나고 이를 위해 올해 국내증시에 여유자금 15조원을, 내년에는 7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에 버금가는 매수세력으로 부상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책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투자목표치를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 올 하반기에 10조원, 내년에도 10조원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며 “또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9.1배로 가격적 메리트도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당분간 지수가 더 상승해도 매수주체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과는 투자패턴이 다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하루 수천 억원씩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보수적ㆍ장기적 운용 스타일 때문에 주가흐름 자체를 좌우하기엔 역부족이란 것.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연기금은 안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블루칩, 우량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가상승을 견인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인과 비교해 시장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는 어렵지만 하락장에서는 방어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가장 문제점은 너무 외국인에 휘둘린다는 점. 강한 기관투자자가 없기 때문인데 국민연금이 외국인을 제치고 시장을 주도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지배력도 커진다

국민연금은 단지 주식보유만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향후 기업가치개선작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달 9일 현재 국민연금이 5%의 지분을 가진 기업은 118개에 달한다. 작년말에 비해 27개나 늘어난 것으로 여기엔 삼성전자 현대차 신한지주 LG화학 KB금융 LG디스플레이 SK에너지 기아차 등 국내 간판회사들이 거의 모두 들어있다. 포스코(5.08%)에 이어 올 초에는 KT(7.69%)의 최대주주로도 등극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이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증시투자 규모도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상장기업들의 대주주가 되고 있다”며 “주주입장에서 투자수익을 더 얻기 위해 정확한 기준과 틀을 만든 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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