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10일 한일 강제병합이 “한국민들의 뜻에 반한” 것이며 이에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면서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강점기 반출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총리담화를 발표했다.
간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이날 각료회의를 거쳐 결정한 담화에서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민들은 그 뜻에 반한 식민지 지배로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한일 병합조약이 한국민의 의지에 반한 것이라는 인식을 표명하기는 처음이다. *관련기사 3,4면
국내 관련 단체들은 “반성의 진정성은 수사가 아니라 책임 이행에서 나온다”고 지적하고, 문화재 반환보다 시급한 보상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담화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불법성도 인정하지 않아 과거 무라야마(村山) 담화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간 총리는 담화 발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일 병합조약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정신을 답습한다”고 말해 한일 병합은 조약 체결 당시는 합법이었으나 전후 한국정부 수립 이후 무효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해석을 계승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간 총리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담화를 계승해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다시금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 유골 반환 지원 등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 갈 것”이며 “일본 통치 기간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온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까운 시일에 건네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담화에서 이번 도서반환이 다른 청구권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문화재의 한국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반환’이라는 말 대신 굳이 ‘건넨다’는 표현을 썼다. 간 총리는 반환 대상을 “궁내청에 보관된 여러 조선시대 자료”라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간 총리는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나가노(長野)현으로 휴가를 떠났다. 8월 중순에 여름휴가를 위해 총리가 도쿄를 벗어난 건 9년 만이다.
이날 장관 17명 전원도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5일 종전기념일에 모든 장관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참배에 불참하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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