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으로 마무리된 여권 인적 개편을 통해 이명박정부 초유의 '정치인 중심' 당정청 체제가 들어섰다.
지난 달 중순의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청와대 인사개편에 이어 개각 등을 거치면서 당정청 삼각 편대의 수장들이 모두 정치인으로 채워진 것은 현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고위 당정협의회를 이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태호 총리 후보자,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모두 여의도 정치권 출신이거나 민선 광역자치단체장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국정을 조율할 핵심 인사 대부분도 실세 정치인이거나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라는 점도 새로운 진용이 '실세 체제' 또는'친위 체제'임을 보여준다.
정부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후보자 등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임 실장 외에도 백용호 정책실장, 3선 의원 출신의 정진석 정무수석, 언론인 출신의 홍상표 홍보수석 등 여의도 정치를 잘 아는 인사들이 전진 배치돼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 대통령이 원하는 구도로 이미 재편된 상태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현 한나라당 지도부는 드림팀"이라면서 "과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실한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 외곽에 존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유력 광역단체장들도 당정청 협력구조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정부 초반에는 이같은 여권의 의사결정 구조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의도 정치에 거리를 두어온 이 대통령은 2008년 조각 당시 정치인을 입각시키지 않았고, 학자 출신(류우익)을 초대 대통령실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6∙2 지방선거 참패를 겪으면서 여의도 정치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후반기에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소통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 정치인 중심의 새 당정청 체제는 몇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듯하다. 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추진력을 얻는 수단이자,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를 방지하는 장치로 새로운 당정청 체제를 활용할 것이다. 새 체제를 통해 4대강 사업 등 국책 사업과 친서민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특히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다수가 이 체제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한나라당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을 잠재적 대선주자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