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의궤는 왕실의 결혼, 장례, 사신접대 등 주요 의식과 행사 과정을 그림과 함께 기록한 문서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은 건국 초부터 의궤를 만들었지만 임진왜란(1592~1598)으로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 남은 것 중 가장 오래된 의궤는 1601년 의인왕후의 장례를 기록한 것이다.
조선은 실록과 마찬가지로 의궤를 규장각과 함께 묘향산, 정족산, 오대산, 태백산 등의 사고에 나눠 보관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환수되는 의궤는 1922년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에 의해 오대산 사고 등에서 불법 반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함께 반출된 실록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대부분 소실된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으나, 의궤는 일본 궁내청으로 흘러들어간 경위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때도 궁내청의 조선왕실 의궤 존재 사실을 몰라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 의궤는 2000년대 들어서야 존재가 알려진 뒤 학계와 시민단체, 종교계 차원에서 환수 운동이 진행돼 왔다. 일본 궁내청에 보관 중인 의궤는 72종으로 이 가운데는 1895년 시해된 명성황후의 2년 2개월 간의 국장을 기록한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明成皇后國葬都監儀軌ㆍ사진)’가 포함돼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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