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130여발의 해안포를 기습적으로 발사하자 우리 군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군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시점인 서해훈련 종료 직후에 해안포 발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서해훈련 기간 내내 “북한의 어떤 도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경계태세를 강화하며 북한의 동태를 주시했다. 북한도 물리적 타격을 하겠다며 말로는 경고를 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훈련이 종료된 지 30분 만인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북한은 3분 동안 백령도 부근을 향해 해안포 10여발을 발사했다. 군은 북한의 추가발사를 우려해 오후5시53분께 남북 국제상선공통망(함정간 핫라인)을 통해 “귀(북)측은 해상사격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 즉시 중단하라. 중단하지 않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명백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경고 통신을 두 차례 보냈다. 하지만 우리 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후5시52분부터 6시14분까지 연평도 해역을 향해 또 다시 해안포를 쏘았다. 장소만 바꿔 1차 발사 때보다 훨씬 많은 120여발이나 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는 북한이 우리측 경고를 철저히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해안포를 발사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을 더욱 긴장시킨 것은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 가운데 일부가 NLL을 넘었다는 초병의 육안 관측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합참은 북한의 발사 직후 “해안포탄이 NLL 이남으로 넘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시각각 들어오는 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군 관계자는 “백령도 초병이 NLL을 조금 넘어왔다고 육안으로 관측한 것을 최초로 보고 받았으며 연평도에서는 레이더로 관측했다”며 “현재 정확한 탄착지점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사격이 없었고 우리 군의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대응태세는 강화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포격에 경고사격으로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군의 동태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 직후 한민구 합참의장과 주요 간부들은 합참 지휘통제실 등에서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해외순방 중인 김태영 국방장관도 사건 발생 즉시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도 김진형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함께 합참의장, 해군 장성들이 화상회의를 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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