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지만 우리들이 가서 쉴 곳은 없네요.”
1급 지체장애인인 김동현(49)씨는 12년 째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외향적인 성격의 김씨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스스로 작동해 각종 재활훈련을 받고, 집 근처 공원에 산보를 나가는 등 일반인 못지 않게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김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부산의 유명 관광지인 영도구 태종대를 찾았다가 “전동 휠체어는 출입할 수 없다”는 관리소측 말에 돌아선 뒤부터 관광을 주저하게 됐다.
여름철을 맞아 바다, 계곡, 유원지 등으로 많은 피서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부산지역 장애인들은 마땅한 피서지를 찾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주요 관광지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관광지인 해운대ㆍ광안리 등 해수욕장의 경우 가장 미흡한 시설은 바로 화장실. 사하두바퀴장애인자립센터가 최근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인 관련법에 적합한 화장실은 ‘제로(O)’ 였다.
이 센터 강호영 부소장은 “몇몇 해수욕장 시설에 장애인 이용표시가 붙어 있긴 했지만 화장실, 주차장, 샤워시설 등 어느 한군데도 장애인 입장에서 제대로 구비된 시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태종대, 금강식물원 등 볼거리 위주의 관광지 사정도 마찬가지.
태종대의 경우 보호자 동행 없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인도가 울퉁불퉁하고, 보행자가 많은데다 도로에 열차(다누비)가 다니기 때문에 안전 상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수동 휠체어를 탄 사람만 보호자와 함께 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도로 한 쪽에 전동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면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태종대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제외하고는 장애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1,500원의 입장료를 받을 만큼 배려가 부족하다.
동래구 금강식물원의 경우 입구에서부터 오직 계단으로만 통하는 구조 탓에 휠체어를 탄 채로는 매표소에부터 출입을 거부당한다. 한 직원은 “보호자가 업고 올라갈 수도 없을 만큼 돌계단이 높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곳은 부산시티투어버스. 시민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시티투어버스 8대(1층 2개 ㆍ2층 4개 ㆍopen-top 2개) 가운데 단 한 대에도 휠체어용 리프트가 없다. 내부 구조 역시 휠체어를 탄 채로는 앉을 수도 없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광과 관계자는 “장애인 이용 관련 문의가 오는 것은 사실이나 해외에서 버스를 도입할 때부터 장애인을 위한 구조가 아니었다”며 “리프트나 내부 공간 확충 등 수리를 하는 것은 타산에 맞지 않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장애인종합복지관 이진영 복지사는 “피서를 포함한 관광은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행복추구권인데 장애인들은 그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다”며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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