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멍 음매~ 개나 소나 음악회/ 세상에 하나뿐인 개나 소나 음악회/ 청도에서 복날에 펼쳐지는 개나 소나 음악회”
8일 오후6시 경북 청도 야외음악당. 개그맨 전유성(61)씨가 지난해 초복에 이어 올해는 말복에 연 ‘개나 소나 콘서트’의 주제가가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찜통 더위에도 불구, 객석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3,000여 명의 관중과 애완견 1,000여 마리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청도의 명물인 싸움소 3마리도 공연 관람 채비를 마쳤다.
전씨가 등장했다. “가족처럼 여기는 애견을 위해 올해도 유례없이 큰 ‘개판 음악회’를 마련했다”며음악회 시작을 선포했다. 이어 개그맨 이홍렬씨가 사회자로 나섰고 71인조 아모르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쇼스타코비치의 ‘페스티벌 서곡’으로 첫무대를 열었다.
‘이렇게 좋은 세상도 있다’는 사실을 개에게 알려주는 의미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 ‘복날이라도 기죽지 말라’는 뜻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주됐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4악장, 아리랑환상곡 등 클래식과 영화음악도 선보였다.
개그우먼 김신영 정선희씨, 가수 서수남씨가 출연, 행사의 흥을 돋웠고, 밴드 ‘사랑과 평화’도 ‘한동안 뜸했었지’ 등 귀에 익은 음악으로 한여름 더위를 날렸다.
애완견과 소들은 ‘멍멍’과 ‘음매’ 소리로 악보에도 없는 화음을 보탰지만 누구 하나 눈살 찌푸리는 관객은 없었다. 공연 중간중간 객석 주변의 개전용 화장실에는 볼일보는 애완견들도 줄을 섰다.
전북 전주시에서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2마리를 데리고 부인과 함께 콘서트를 찾은 한상일(56)씨는 “개판을 만들어놨다고 해서 4시간 걸려 온 보람이 있다”며 “개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공장소는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는 이날 음악회 부설 행사로 하루종일 떠들썩했다. 오후3시 공연장 인근 청소년수련관 소강당에서는 전씨의 개그문하생 40여 명이 공연을 선보였고 방송인 김제동, 가수 윤도현, 탤런트 공효진 등 유명인 14명을 모델로 한 ‘명사들과 개 사진전’, 반려견 사진작가인 백승휴씨 작품전 등이 선보였다. 또 반려견과 닮은 주인찾기, 애완견을 위한 의료보험상담코너 운영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콘서트 관람을 위해 경기 성남시를 출발 하루 전날 청도에 도착, 애완견 ‘보리’와 함께 텐트에서 야영했다는 40대 후반의 남성은 “이제는 애완견이라 부르지 않고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에서 ‘반려견’이라 불리는 시대”라며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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