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을 하다가 깊은 숲 속에서 안내판이 보인다. 'How to Relieve Yourself in the Woods'(숲 속에서 어떻게 덜거나 구제하는가)는 '숲 속에서 용변 보는 법'을 안내한 것이 틀림없다. relieve oneself라는 표현이 참 좋다.
공개적인 표현이든 아니든 표현의 묘미는 항상 새로운 도전이다. 화장실 가면서 말할 때에 'I have to go to the bathroom' 'I need to answer the call of nature'도 있고 'I need to take a leak'(소변좀 봐야겠어) 'I need to pee'(오줌 눠야겠어)도 가능하지만 'Nature calls me'나 'I need to relieve nature' 혹은 'must relieve the bowels' 모두 용변을 보다는 뜻으로 거부감을 덜어주는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대도시의 공중 화장실에는 색다른 안내글이 눈에 띈다. 'BYOP', 즉 Bring Your Own Paper는 이용자가 많아 휴지를 감당할 수 없거나 훔쳐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지는 각자 알아서'라고 알린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아직도 일부 여행사에서는 'BYOP'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 역시 해외여행 시에 화장지 지참을 권장하는 말이다. BYOP는 또 신종독감이 유행할 때 'Bring Your Own Purell'의 표현으로도 나왔던 말이다. Purell은 손 소독 알콜액 상품명인데 일상 표현처럼 사용한 것이다.
표현의 묘미는 그 메시지의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화장실, 특히 남자 변기 앞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쓰였는데 그것도 세월 따라 변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청결→ 깨끗이 씁시다→ 변기 밖으로 흘리지 맙시다→ 튀지 않게 합시다→ 한발 더 가까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등이 있는가 하면 '남성의 품위는 정조준에서 시작됩니다' '1보 전진-정조준-발사' 같은 표현도 있다. 어느 말이 더 공감을 불러오고 효과가 있을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선다.
어느 좌변기 앞에는 '올라가서 용변을 보지 마세요'라는 의미로 'Don't step onto the WC please'라고 써 놓았다. 물론 'Do not squat on the toilet bowl'이라고 했어야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